적발돼도 구매자 처벌 규정 없어
생명 전문가 ‘안전한 낙태 없어’
캐나다의 낙태 지원 단체가 만든 불법 낙태약 제공 사이트 ‘위민온웹(Women on Web)’이 정부 제재에도 버젓이 국내에서 접속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허가받지 않은 낙태약이 유통될 경우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민온웹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아 유통 및 복용이 불법이다. 약사법에서도 약국을 개설하지 않은 경우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접속차단 조치를 받은 위민온웹이 ‘Abortion Korea’라는 사이트를 새로 개설하는 꼼수를 써 여전히 낙태약을 국내에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이 사이트를 통해 낙태약을 구매해봤다. 배송 기간을 제외하고 구매에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한 생명을 박탈하는 중대한 결정임에도 10여 개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낙태약을 신청할 수 있었다. 배송은 평균 2주 정도 소요되며, 비용은 기부 명목으로 최소 90유로(한화 약 13만 5000원)를 받는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태아가 낙태약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들이 국내에 더욱 판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SNS에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일명 ‘미프지미소(미프진)’을 검색하면, 판매 글은 물론, 구매한 약을 양도해달라고 요구하는 댓글들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익 목적’이라며 위민온웹 같은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놓은 글도 금세 눈에 띈다. 낙태약을 복용한 이들의 자세한 후기도 셀 수 없다. 낙태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을 죽이는 불법 낙태약 유통이 만연하는 현실이다.
올해 7월까지 낙태약 온라인 불법 판매 사례는 지난해와 비교해 44 증가했다. 지난 10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현황’에 따르면 낙태약 온라인 불법 판매 적발 건수는 지난해 491건에서 지난 7월 기준 705건으로 급증했다. 약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차희제(토마스) 회장은 “낙태 찬반과 관계없이 낙태를 경험해본 여성의 13~17는 육체적인 후유증뿐만 아니라 죄책감·우울감·대인기피증, 심하면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등 낙태 후 증후군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흔히 낙태약을 통한 낙태를 ‘안전한 낙태’라고들 하는데, 이 세상에 안전한 낙태란 없다”고 못 박았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