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우리는 그가 많은 지혜를 갖기를 바란다”며 “성경에 의하면 지혜는 통치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11월 7일 말했다.
‘바티칸 뉴스’ 11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파롤린 추기경은 트럼프가 “분열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세계의 분쟁을 완화하고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희망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특히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낼 것”이라고 약속한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해, “(약속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많은 겸손과 의지가 필요하고 한 쪽의 이익보다 인류 전체의 선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교황과 교황청의 이민 문제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며 “극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명한 이민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들이 교황청과 다르지만 낙태 반대 등은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생명 수호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도 ‘공통된 정책’이 필요하고 “이 문제가 다시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합의를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본질적으로 교회적”이므로 정치적 관점의 평가는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주교 임명에 대한 교황청과 중국 정부의 잠정 협정을 비판, 협정 갱신이 교황청의 도덕적 권위를 잃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추기경은 “우리는 협정을 4년 더 갱신했다”며 “미국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과의 대화를 계속하며 이러한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주교들은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우려와 함께 통합의 노력을 강조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성명에서 “교회는 어느 정당과도 분리돼 있으며 그리스도인이자 시민으로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과 존중, 예의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은 “진리, 정의, 평화를 추구하며 우리 가정, 지역 사회, 국가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어떤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떤 이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