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노동문제는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사안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문제이며, 동시에 풀어야 하는 ‘인간 생명의 문제’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기후와 노동의 공통분모가 바로 ‘인간’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고통 앞에서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가 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기후위기 그리고 노동의 미래’ 주제 정기토론회에서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와 노동문제가 무관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머리를 맞댔다.
박태주(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 해결과 일자리 보장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 없이는 일자리 대응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 시 직·간접적 피해자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이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해소를 자신의 과제로, 기후단체는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과 권리 보장을 자신의 의제로 삼을 때 두 운동은 접합한다”며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이 연대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병권(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은 “전 세계가 탈 탄소산업, 녹색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국가가 시장의 논리가 아닌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기에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권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가가 책임지고 산업을 탄소 집약적 녹색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 정책이나 녹색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석탄발전노동자 이태성 민주노총 간사는 “재생에너지로의 산업 전환과 함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과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김선태 주교는 “기후 문제에 있어 노동자들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장과 물류센터, 건설현장, 도로와 논밭에서 쓰러진 이들이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고, 탄소 배출 해결 방안으로 폐쇄되는 화력발전소의 노동자, 그 가족의 삶과 미래를 못 본 척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주교는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교회와 사회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