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빈곤 속에서 남수단 교회는 기아와 전쟁으로 지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과 경제난, 기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남수단. 그러나 역설적으로 남수단은 이집트·차드 등과 함께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남수단을 찾은 난민 대부분은 이웃 나라 수단에서 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지난해 수단 내전 발발 후 남수단으로 피신한 난민은 1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국제기구가 만든 열악한 임시 난민캠프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돌봐야 할 남수단 정부는 ‘내 코가 석 자’다. 홍수 등 자연재해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됐고, 경찰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이들도 수개월 급여가 밀릴 정도로 정부 재정이 악화한 상태다.
결국 난민을 보호하는 역할은 사실상 남수단 교회가 도맡고 있다. 특히 남수단 말라칼교구는 담당 캠프에서 3만여 명에 달하는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물론 교회 상황 역시 열악하다. 신자들도 경제 불황 속에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에 따른 극단주의 세력의 유입으로 사제들의 사목활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힘에 부친 남수단 교회를 돕기 위해 이탈리아 카리타스가 나섰다. 이탈리아 카리타스 아프리카 지원 책임자인 파브리지오 카발레티 신부에 따르면 이탈리아 카리타스는 최근 남수단 내 수단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에게 밀가루와 소금·콩 등 식료품을 전달하는 역할은 물론, 식수·수도 시스템 개선, 위생 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또 폭력 등에 노출된 난민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상담 및 심리 지원 서비스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카발레티 신부는 “한정된 자원에 불과하지만, 카리타스는 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일 ‘비상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전쟁을 피해 온 이들을 돌보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가장 힘든 것은 ‘무관심’이다. 카발레티 신부는 “수단과 남수단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더 열악한 상태에 있는 이들을 돕고 있는 남수단 교회를 기억하고 수단 난민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