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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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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 한라산, 여유로운 말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이어돈 신부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 성 이시돌 피정의 집을 찾았다. 기가 막히게 펼쳐진 풍경에 흥분해서 어디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는 게 좋을까 장소를 물색했다.


“제주도 하면 한라산이지!” 함께한 선배의 선택에 처음엔 피정의 집과 가까운 목장 안에서 저 멀리 우뚝 선 한라산을 배경으로 촬영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목장으로 들어갈 수 없어 차를 타고 이동했더니 안타깝게도 가까운 오름에 한라산이 가려져 버렸다.


“그럼 목장 안에서 피정의 집을 배경으로 찍읍시다!” 우리는 목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카메라 세 대를 설치했다. 그러자 곧 말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어돈 신부는 수의사답게 익숙하면서도 친밀하게 말을 쓰다듬고 살폈다. 그렇게 한두 마리씩 접근한 말들은 내 등 뒤로도 콧김을 뿜어댔다. 처음엔 크고 낯선 동물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지만 나중이 되자 그럴 새가 없었다. 말들이 자꾸 (비싼) 카메라를 밀어대는 통에 두려움은 저 멀리 두고 손짓발짓을 해가며 카메라와 삼각대를 사수해야 했다.


“도저히 안 되겠네요. 밖으로 나갑시다.” 촬영을 시작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결국 우리는 울타리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금 아쉬움을 느낀 찰나, 이어돈 신부 뒤로 어미 말과 망아지가 서로 부비며 울타리 근처에서 놀기 시작했다. 넉넉한 웃음의 이어돈 신부와 그 뒤로 예쁘게 장난치는 어미 말과 망아지라니. 이보다 더 멋진 장면이 어디 있을까? 사랑보다 멋진 배경은 없었다.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가장 근사한 장소’라는 말이 생각난 광경이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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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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