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연중 제33주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고, 이들을 위한 도움과 연대를 호소한다. 교황은 ‘제8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17일) 담화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우리의 것으로 삼자”는 것이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기도에 귀 기울이는 일, 가난한 이들을 만나 선행과 자선을 베푸는 일, 가난을 묵상하는 것에 대해 자주 강조해왔다.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우리의 것으로 삼자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어려움, 불편을 나 자신의 것으로 여기자는 말과 동의어다. 그러므로 타인의 기도를 나의 기도로 삼는 일은 나 자신을 버려야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의 경지에 올라서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을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성전’, 즉 주님의 놀라운 빛(1베드 2,9 참조)이 발산되는 거룩한 곳으로 여긴다. 현 시대의 가난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전쟁과 폭력·강제 이주·노동 착취·인신매매·성 착취·사회 불평등·억압·소외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우리의 것으로 삼으려면 가난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 곁에 있어줘야 한다. 평화로운 일상을 갈취당한 가난한 이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미소와 다정한 손길,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자. “기도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기도는 헛된 것이 되고, 애덕도 기도가 없으면 바닥이 드러나는 자선행위에 불과하다”는 교황의 쓴소리를 되새겨야 한다. 기도에 실천이 따라오지 않고, 애덕에 기도가 없으면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은 공허하게 울리는 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