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신호철(비오) 주교는 11월 24일 제40회 성서 주간 담화를 통해 인공 지능의 발전과 사용이 범람하는 환경에서 “결코 도구일 수 없는 인간과 목적일 수 없는 기술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성경에서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세계 평화의 날과 홍보주일 담화에서 지적된 인공 지능 문제를 성찰하며 말씀 선포와 전례 및 성서 사도직 현장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강론 준비 과정에서 무분별한 인공 지능 활용은 ‘말씀의 성사적 성격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령께서는 성직자의 입을 통해 말씀을 풀이해 주시고 그날 말씀을 개인과 공동체 필요에 알맞게 적응시켜 주시며 삶으로 주님께 응답하도록 재촉하신다”고 말한 신 주교는 “편의와 효율만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강론 맡은 이들은 늘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주교는 또 “성경 연구와 친교를 나누는 성서 사도직 현장에서도 인공 지능을 올바로 활용해야 한다”며 “성경 지식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있겠지만 성경은 지적 연구를 위한 교과서가 아니라 읽고 기도하며 묵상과 관상을 통해 마침내 행동으로 열매 맺어야 하는 경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발전하는 기술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방향과 목적의 고삐는 끝까지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 고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성경에서 지혜를 구하려는 간절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인간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창세 1,26-27)임을 부각한 신 주교는 “온전한 인간 발전에 대한 모든 참된 소명은 그리스도를 지향해야 한다”며 “복음은 발전의 근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