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막을 내린 가운데, 영국에서는 총회 기간 중 교회를 중심으로 ‘기후 재난’ 피해 기금 마련을 위해 화석연료 기업에 과세할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COP29에서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기후 재원’ 마련 내용이 집중 논의된 가운데, 지역 교회가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사목 담당 존 아놀드(영국 샐퍼드교구장) 주교는 8일 영국 성공회 등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기후 재난에 노출된 국가들이 ‘회피 불가능한 대가’를 치르도록 강요받고 있는 만큼, ‘가장 부유한 오염원’으로부터 지원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놀드 주교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데 가장 책임이 적은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청구서를 받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불공평한 상황”이라며 “영국 정부가 먼저 이 불의를 바로잡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화석연료에 대해 과세를 주장한 배경에는 공공 재원을 통한 기후 재원 마련이 한계에 달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아놀드 주교는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공공 재정이 코로나19를 비롯한 재난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를 더 촉구하지 않으면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환경 파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개인·기업에 과세하는 것이 전 세계 정부에 재정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 새롭게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놀드 주교는 특히 기후 재난을 마주한 저소득 국가의 부채 탕감도 요청했다. 또 화석연료에 대한 과세를 기반으로 마련한 재원을 “저소득 국가의 부채를 가중시키는 대출 방식이 아니라 원조 방식으로 주어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아놀드 주교는 “기후에 취약한 국가들은 대체로 해외 금융기관들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어 이를 갚는 데 막대한 공공 재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이자를 갚는 데 쓰는 돈을 기후위기로부터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