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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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 영혼을 위하여

[월간 꿈 CUM] 꿈CUM 수필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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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그 속에 속하는 두 갈래, 개신교와 천주교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에겐 없고 우리만 있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자랑거리가 됩니다.

사제가 있어 미사성제를 드릴 수 있다는 것, 세계 어디를 가서도 같은 형식으로 낯설지 않게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 미사를 통해 성체를 영함으로써 영혼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고해성사가 있어 지은 죄 때문에 꺼림칙했던 마음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 구세주의 어머니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고, 슬픈 일 괴로운 일 다 아뢰며 응석을 떨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연옥 영혼을 위한 연도가 있어 조상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큰 축복이며 위로인가요.
 



저는 고려 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유학을 받아들인 안 향 선생님 27대 후손으로 철저한 유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도 무언가 더 확실한 종교를 갖고 싶어 대학 졸업 뒤 천주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 뒤 친정 식구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외교인과 결혼해 시댁에도 복음을 전해서 늦게야 성가정을 이루었지요.

그러다 보니 신앙 전통을 가진 구교 집안 식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몇 대째 구교 집안이다, 조상 중 누구는 순교 성인이다, 집안에 사제 수도자가 몇 명이 나왔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조금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은근히 걱정이 생겼습니다. 저를 무척 사랑해 주시던 조부모님, 그리고 부모님, 그분들이 그리스도를 모르고 돌아가셨으니 지금 어디에 계실까? 물론 그분들이 유교의 순천사상(順天思想)에 근거하여 양심에 따라 사셨으니 구원을 받았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차에 몇 년 전, 우리 교회 안에서 환시를 보고 예언을 잘하는 분으로 알려진 김민경 루시아 자매님으로부터 조상을 위한 기도를 드린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아, 저는 해도 너무했지요. 그분들을 그리워할 줄만 알았지 그분들을 위해 마음먹고 기도를 드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큰 실망을 한 저는 그날부터 작정을 하고 꼬박 일 년 동안 조상을 위해 연도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연도의 마지막 날에는 그분들을 위해 예물을 봉헌하고 정성껏 연미사를 드렸습니다.

사도신경의 한 구절,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성인’이라고 하니까, 마치 시성된 사람만 지칭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상교회, 연옥교회, 천국교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통공’이란 그들의 공로가 서로 통한다는 말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드리는 기도가 연옥 영혼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요. 그런 교리 지식을 배운 사람이 그 지식을 써먹지 않고 있었으니 바보가 따로 없지요. 아마도 연옥 영혼들은 지상교회에 있는 우리들의 기도를 먹고 하루속히 천국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을 텐데, 그걸 몰라주니 얼마나 답답하고 원망스러웠을까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기도를 게을리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꼬박 일 년 동안 조상을 위한 연도를 바치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공로를 인정해서 그분들을 구원해 주셨겠지요?
 


글 _ 안 영 (실비아, 소설가)
1940년 전남 광양시 진월면에서 출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만남, 그 신비」,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소설집 「둘만의 이야기」 「치마폭에 꿈을」 수필집 「나의 기쁨, 나의 희망」 동화 「배꽃마을에서 온 송이」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가톨릭문인회 회원이다. 한국문학상, 펜문학상, 월간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중앙대문학상, 제1회 자랑스러운 광양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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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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