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회가 만든 영적 독서 모임
성경 읽고 동반자 강의, 침묵 피정
말씀의 깊은 울림, 삶을 새롭게 해
일상 더 깊에 살아가는 체험 나눠
자극적인 볼거리와 놀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청년들이 고요한 경당에 앉아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삶을 성찰하는 곳이 있다. 말씀을 통해 성찰한 내용을 나누는 것도 자연스럽고 진지하다. “사도들을 파견하시는 내용을 묵상했어요. 파견받은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해봤습니다. 진심 어린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 아닐까요?”
성서 주간(24~30일)을 맞아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진행되는 청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아씨스텐자(assistenza)’ 참가 청년들을 만났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경 말씀을 익히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지는 요즘, 이들은 매주 복음과 나눔으로 무장하고 있다.
살레시오 영성의 핵심어이기도 한 이탈리아어 ‘아씨스텐자’는 우리말로 ‘청년과 함께하며 그들의 모든 처지를 보살피는 일’이란 뜻이다. 청소년·청년을 위한 사도직에 투신하는 살레시오회는 이 시대 청년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거룩한 독서 ‘렉시오 디비나’ 모임을 만들었다. 하느님 말씀이 청년들 삶에 현존하며 동반한다는 의미에서 모임 이름을 아씨스텐자로 정했다.
올해 3월 마르코 복음으로 16주간 모임을 한 차례 마쳤고, 9월부터는 마태오 복음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모임 전날 성경 말씀을 전자책 형태로 공유해 미리 접하게 한다.
모임에서는 성령 청원 기도를 시작으로 담당 사제가 그날 말씀의 핵심을 10~15분 정도 해설해준다. 이어 경당에서 40분간 묵상 후 3~4명씩 조를 나눠 수도자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서로의 삶을 나눈다. 매월 넷째 주에는 렉시오 디비나 대신 미사와 강의·찬양·친교 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주간 여정 후에는 말씀을 보다 깊이 묵상하기 위해 침묵 피정을 한다.
교회 내에는 렉시오 디비나와 청년성서모임이 곳곳에 있다. 그중 아씨스텐자의 특별한 점은 묵상 시간이 따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김예슬(마리아, 36)씨는 “수도회 경당에서 말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예수님께서 초대해주신 느낌을 받는다”며 “공부 차원에서 나아가 말씀이 삶 속에 들어오는 시간이 된다”고 했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2000년 전 성경 말씀이 어떤 힘이 있을까 싶지만, 말씀을 체화하다 보면 삶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번 나눔조가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또래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할 수 있는 매력도 전했다.
직장인이자 학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퇴근과 하교 후면 피곤할 법도 하지만, 화요일 오후 7시 30분을 기다리며 ‘월요병’까지 사라졌단다. 매주 2시간 거리에서 오는 청년도 있다.
최정혜(크리스티나, 33)씨는 “모태 신앙이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며 “신부님의 족집게 강의에 이어 침묵 안에 말씀을 받아들이다 보니, 깊은 울림에서 오는 힘이 삶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에 동반하고 있는 이정은(살레시오회) 신부는 “성경은 신앙의 길잡이”라며 “성경을 읽고 나누는 것만큼 예수님을 가까이 접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년들은 정말 바쁘고 고민이 많다”며 “매주 한 번이라도 말씀을 통한 묵상, 영적 휴식을 취한다면 놀라운 힘으로 일상을 더 깊게 살아가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씨스텐자는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싶은 모든 청년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 내년에도 루카·요한 복음으로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