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대권을 다투던 때의 일입니다. 이 후보는 한 대학교 강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이 후보는 이렇게 답합니다. “존경한다고 하니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의 장난과 조롱 섞인 거짓말에 시민들은 놀랐습니다.
이 대표의 말 뒤집기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없이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오자 약속을 뒤집고 부결 투표를 공개 요청했습니다. 대선 때 위성 정당 금지를 약속하고선 “깨끗하게 지면 뭐 하느냐”며 총선 때 위성 정당을 창당했습니다. 대장동의 유동규 씨에 대해서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이라고 하더니 “가까운 사람인 건 맞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향해 “끌어내려야 한다”고 하더니 “나는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신과 관련한 말 뒤집기를 넘어 이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마저 뒤집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핵발전소 지원 예산이 더불어민주당의 승인으로 통과됐습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에 민주당이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민주당은 탈핵, 탈원전 정책을 이어왔습니다. 핵무기와 핵발전 등 핵물질 사용을 윤리적으로 바라보는 가톨릭교회의 의견과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실용주의’ ‘먹사니즘’을 내건 이 대표의 마음이 바뀌자 모든 것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부자 감세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반대하던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고 이를 수용했습니다. 금융시장이 어려워서라고 하는데, 전체 주식투자가의 1인 소수의 주식 부자가 혜택을 받는 결정을 이 대표가 내렸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정의마저 무너트렸습니다. 여기에 상속세와 종부세 완화 등 스스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 부르는 민주당의 가치와 정체성마저 포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사실 소수 부자를 위한 정당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이 대표의 말 뒤집기를 보고 있으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라고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혹시 사실 속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진보정당이라고 하니 정말 진보정당인 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민주주의를 앞세우고 약자 보호를 말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곤경에 빠지는 일에는 광적인 반응을 보일 뿐, 정작 가난한 이의 우선적 선택이나 공동선의 증진에는 윤석열 정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넘어서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 뒤집기로는 시민들의 신뢰만 잃을 뿐입니다. 경총회장을 만나 “성장이 복지다”라고 하는 식으로, 자신이 주장한 가치나 정책을 뒤집어서는 대권에서 승리하지 못합니다. 말을 뒤집는 이에게 누가 표를 주겠습니까?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더욱 아래로, 더욱 낮은 자세로 대권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며 공동선 증진을 모색하는 길이 이 대표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이재명의 거짓말’입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양심을 따라 진리의 길을 가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