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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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예수 (2)

[월간 꿈 CUM] 복음의 길 _ 제주 이시돌 피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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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광야에서 유혹을 받을 때, 성경구절을 인용해 악마를 꾸짖었습니다. 그렇게 예수에게는 기도의 중요한 부분이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새기는 것이었습니다. 즉, 예수는 어떤 결정이나 위기를 앞두고, 예를 들어 유혹받을 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 제자들을  선발할 때, 세례자 요한의 참수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체포와 죽임이 임박해 있을 때, 그럴 때마다 기도하신 것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기도는 예수가 한 기도 중에서 그 이유가 상세히 쓰여 있는 유일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확실히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마르 14,33-34)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루카 22,44)

예수의 기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예수의 기도 방법은 먼저 그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낀 다음, 그것을 드러내어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요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는 기도를 할 때 매우 솔직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곧 발생하게 될 공포와 두려움의 그 일을 피하게 해달라고 탄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 일이 무엇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이 최선이라고 신뢰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진정으로 원했습니다.

예수가 느꼈던 비탄과 두려움은 단지 앞으로 감내해야만 할 엄청난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간 예수로서의 사랑이 악과 증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기에, 그가 견뎌야 할 잔혹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사랑을 실천 못 할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예수는 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제자들에게 예고한 바 있지만, 실제로 닥치게 되었을 때 겪게 될 고통의 실체를 그제야 비로소 체감하였을 것입니다.

저 또한, 한국에 처음 봉사하려고 마음먹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도 앞으로 제가 떠안게 될 현실에 대해 전혀 느끼질 못했으니까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느 날 밤 문득 잠에서 깨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부모님과 정말 진지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부모님이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깊은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을 엄청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걱정(염려)했습니다.

물론 자라면서 그분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날씨, 친구들, 스포츠, 뉴스, 학교, 일 같은 것들이요. 그렇지만 부모님과 ‘마음과 마음’으로 깊은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잠시 아일랜드로 귀국했을 때야 비로소 그분들과 깊은 대화를 해야 할 필요를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깊은 대화가 시작되기까지 수년이 걸렸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좋지 않았던 기억이나 감정들, 또 감사했던 일들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말도 나누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와 부모님과의 관계가 달라졌고,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기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하느님께 다가갈 때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의 겉만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예수는 겟세마니에서 기도할 때, 자신의 존재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 말한 것입니다.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서 끔찍하게 죽는 것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라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어떤 고통이나 죽음이 있더라도, 인간을 향한 그분의 사랑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또한 예수는 자신의 죽음에 관여한 이들을 용서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필요한 은총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 끝날 때까지 사랑할 것이고, 그렇게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갈 것입니다.
 


글 _ 이어돈 신부 (Michael Riordan,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제주교구 금악본당 주임, 성 이시돌 피정의 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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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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