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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하고 글 써보니 제 신앙이 또렷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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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깊은 곳까지 위로하시는 세례의 물방울은 신의 손길이 닿은 위로였을까…. 세례받던 그날의 눈물은 지금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11월 15일 인천교구 서운동성당(주임 정인화 야고보 신부) 도서관 ‘빈숲’에서 열린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 ‘세례받던 날’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안명숙(마리아·인천교구 중3동본당) 씨는 30년 전 입교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묵상으로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힘겨웠던 안 씨가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딸아’ 하며 품어 주신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그토록 눈물이 났었구나” 하고 고백하자, 신자들은 “자매님 덕에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 숨결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은혜로움을 표했다.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은 신자들이 삶에서 발견한 하느님 신비를 글로 나누며 영적 힘을 주고받는 자리다. 2022년 3월부터 꾸준히 가져온 책 읽기 모임에 이어, 올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고 있다. 함께하신 하느님을 독서로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걸 넘어 글로 고백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더욱 깊이 완성해 나가는 취지다.


신앙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눔과는 무엇이 다를까. 피상적 경험으로만 남겨질 수 있던 일화들에 하느님 현존을 덧입히는 ‘묵상’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빈숲 담당 조정옥(크리스티나, 필명 조연수) 시인은 “하느님이 빠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면 기쁜 일에는 그에 대한 감사밖에, 고통에서는 아픔만 읽어내기 마련”이라며 “관계 안에서 신비를 찾고, 고통 안에서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극복의 믿음을 갖게 됨을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자들은 어렴풋한 감상이 글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며 신앙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것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신부님의 찰고(察考) 때 틀리면 세례를 못 받을까 봐 걱정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설렘 한 스푼.”


초등학생 때 입교한 백경하(세라피나·교구 서운동본당) 씨는 “세례받은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분을 향한 ‘설렘’에 집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백 씨는 “그분을 잘 알기 전부터 뛰던 가슴을 묵상하자 신앙인이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며 “이렇게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주신 선물인 것 같다”며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본당 도서관 ‘빈숲’ 담당 조정옥 시인
     “책 읽는 공간 넘어 신앙 나눔 장소로"



조정옥 시인은 2007년 10월 도서관 ‘빈숲’이 개관한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지켜왔다. 그는 “사람들이 독서뿐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 하느님 숨결을 찾아주는 공간이 성당에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조 시인은 주중에는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글쓰기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아마, 토마토」, 「가시가 자라는 방식」, 「침묵을 대하는 방식」 등 시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빈숲지기’ 역할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조 시인은 “글은 우리가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도서관은 우리가 그런 글을 읽을뿐더러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관계의 상처, 상실의 아픔을 떠안고 살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소회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솔직히 고백하게 되죠. ‘속생각’이나, 정돈되지 않은 감상만 내뱉게 되는 ‘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운영 및 관리 비용 문제로 빈숲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나눔의 공간’임에 공감하는 신부들과 신자들의 도움으로 빈숲을 지켜올 수 있었다. 덕분에 종교, 인문, 고전 등 8000여 권의 다양한 분야 도서를 소장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코믹북 「흔한남매」 시리즈 등 신간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에서 ‘내 마음 한 문장 써보기’ 등의 모임을 열어온 조 시인은 “모임에서 나눈 글을 회보처럼 만들어 주보 간지를 통해 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웃의 신앙 고백인 만큼 다른 신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더 큰 나눔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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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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