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단, 세 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이 있습니다. 3000살 된 올리브 나무입니다. 이탈리아의 3000살 올리브 나무를 7대째 지켜나가는 농장은 이탈리아 최남단 풀리아 주에 있습니다.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인 남편이 남부 투어를 하던 중 이 농장의 주인인 코라도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저의 첫 방문은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2016년이었습니다. 그 해부터 매년 햇 올리브가 수확되는 11월 첫 주가 되면 가족 다 함께 올리브 농장을 방문합니다.
올리브 나무는 마치 사람 같습니다. 갓 태어난 올리브 나뭇가지는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며, 나이가 많은 올리브 나무 기둥은 셀 수 없는 주름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서로에게 엉켜 꼬이면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의 특성 때문에 나무 한가운데는 성인 몇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2000살이 넘는 올리브 나무들은 성인 3, 4명이 감싸 안아야 할 만큼 굵습니다. 땅이나 올리브 나무에 열매가 떨어져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올리브 나뭇가지가 자라납니다. 굵은 올리브 나무 곁엔 어김없이 어린 올리브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햇 올리브 수확이 한창인 올리브 나무 사이를 걷던 코라도가 멈춰 서서 곁에 있던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안, 이 작은 올리브 나무는 자르거나 여기서 자라도록 남겨둘 수도 있어. 그런데 그냥 두면 이 나무는 야생 올리브나무가 돼. 그러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열매를 맺어도 작거나 좋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할 수도 있지. 이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다른 올리브 나무에 접붙이는 거야. 그러면 그 올리브 나무에서 이 나무도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사도 바로오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는 올리브 나무가 등장합니다.
“뿌리가 거룩하면 가지들도 거룩합니다. 그런데 올리브 나무에서 몇몇 가지가 잘려나가고, 야생 올리브 나무 가지인 그대가 그 가지들 자리에 접붙여져 그 올리브 나무뿌리의 기름진 수액을 같이 받게 되었다면, 그대는 잘려나간 그 가지들을 얕보며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그대가 뿌리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그대를 지탱하는 것입니다.”(로마 11,11-19)
드넓은 이곳 농장에서 3000살 된 올리브 나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열을 맞춰 서 있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 유일하게 비켜 서 있기 때문입니다. 곧고 굵고 풍성한 다른 올리브 나무들과 달리 이 올리브 나무는 안쓰러울 만큼 휘고 굽었습니다. 이 나무는 로마인이 자리 잡기 이전에 이 땅에서 스스로 자라났던 야생 올리브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 아래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박혀있습니다. 올리브 나무가 자라기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던 바위겠지요. 마치 이 바위들에게 접붙여진 것처럼 올리브 나무는 뿌리를 내려 거칠게 3000년을 살아냈습니다. 이후 수 천 년 동안 그 누구도 이 바위를 뽑지 않았습니다. 3000살의 올리브 나무에 셀 수 없는 올리브 열매가 떨어져 새로운 가지를 맺으며 생을 이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가지를 지탱한 것은 바위 사이로 뻗은 거친 뿌리였습니다.
3000살 된 나무를 쓰다듬으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올리브 나무 사이의 공간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3000년의 세월이 관통합니다. 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얼굴에 닿습니다.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감싸는 온화한 공기에 알 수 없는 벅참이 밀려와 올해도 어김없이 울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