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교황의 장례 예식을 간소화한 새 장례 예식서를 공개했다. 평소 “품위 있으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장례를 원한다”고 밝혀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으로 장례 예식을 기존보다 간결하게 바꾼 것이다.
바티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11월 2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황 장례 예식서」(Ordo Exsequiarum Romani Pontificis) 개정판을 공개했다. 「교황 장례 예식서」는 199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승인을 받아 만든 것으로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식과 202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식 때 사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3개에서 1개로 줄인 것이다. 역대 교황의 시신은 사이프러스로 만든 관에 안치한 후, 차례로 아연·참나무로 만든 관에 시신을 모시는 ‘삼중 밀봉’ 형태로 안치했다. 하지만 개정된 예식서에 따르면 앞으로 교황의 시신은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에만 안치된다.
선종 확인·조문 방법 또한 바뀐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선종 확인은 교황이 숨진 방이 아닌 경당에서 이뤄진다. 또 선종 확인 직후에는 즉시 관 안에 안치되며 일반인 조문 역시 관에 안치된 채로 이뤄지도록 했다. 앞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식에서는 시신을 관에 안치하지 않고 허리 높이의 관대(카타팔케) 위에 비스듬히 눕힌 상태로 안치해 신자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규정 개정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바람처럼 선종 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다른 곳에 묻힐 수 있게 됐다. 교황은 1년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종 후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니라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치됐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교황청 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장례 예식을 개정한 것은 평소 장례 예식 간소화하길 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 담긴 것”이라며 “교황은 새로운 장례 예식을 통해 교황의 장례식이 세상의 권력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제자의 장례식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