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톨릭 신자 다수를 내각 후보자로 앉히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지 열흘도 되지 않아 12명 이상의 각료급 인사를 발탁했다.
가톨릭 신자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변호사,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주(駐)유엔 대사에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교통부 장관에 숀 더피 전 하원의원 등이 지명됐다. 이들은 상원의 승인을 받으면 임명될 예정이다.
상원의 승인이 필요 없는 직책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경문제 총괄 책임자에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했다. 가톨릭 신자인 호먼의 취임식은 2025년 1월 20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행정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11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일부터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감행할 것을 시사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한 케네디 변호사는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포함한 10개 기관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그는 “성인이 막 됐을 무렵, 깊은 영적 깨달음으로 마약 중독을 이겨냈다”고 밝히는 등 가톨릭 신자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지만,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며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루비오 상원 의원이 상원 인준을 거쳐 공식 임명되면, 첫 중남미계 국무장관이 탄생한다. ‘대(對)중국 매파’라는 평가를 받는 루비오 상원의원은 2020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동 발의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압박·견제 조치를 주도해왔다. 그는 처음엔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있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지지했지만, 지난 4월 950억 달러(한화 133조 2470억 원) 원조에는 반대표를 던지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
스터파닉 하원의원은 대학생 시절 반유다주의에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낙태는 반대하나 동성혼에는 찬성한다. 스터파닉 하원의원 또한 처음과 달리 현재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