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지닌 자녀를 둔 부모와 인터뷰를 하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자녀를 돌보는 것 자체도 벅차고 힘든 일이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남겨진 자녀의 삶이 그보다 더 큰 마음의 짐이다. 누가 부모처럼 자녀들을 돌볼 수 있을까.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취재로 만난 이원명(페르페투아) 씨도 분명 그 짐이, 그 멍에가 무거운 부모였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이 떠난 이후 자녀들의 삶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걱정이 되지 않을 리는 없었다. 예순을 넘은 그는 지적장애인 자녀를 하나도 아니고 다섯이나 돌보고 있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씨는 자녀들로 인해 힘든 상황 중에 “기도를 하던 중 문득 ‘네 자녀이기 전에 내 자녀다’라는 말씀이 떠올랐다”며 “자녀들이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 하나만 알고 살아간다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믿음 어린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는 비단 장애를 지닌 자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지원하고자 의원연구단체를 구성한 김희영(루치아) 용인시의원도 인터뷰 중 “부모로서 아이들의 인생 전체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부족함을 항상 느낀다”면서 “그래서 신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세계청년대회도, 젊은이들에게 열린 성지도 우리 자녀들, 아니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하느님의 자녀들을 위한 일이었다.
자녀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걱정을, 그리고 그 걱정 때문에 많은 일을 하고, 또 자녀에게 많은 일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예레 1,5)고 말씀하시듯, 우리 자녀는 우리가 낳기 전에 이미 하느님께 속한 자녀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