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일이 있었다. 각종 의혹이 있었지만, 논란의 발단은 ‘낙태’에 대한 과거 발언이었다. 후보자가 해명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찾아보니 그 맥락은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달랐지만, 여론은 “후보자가 여성이 강간을 당해도 출산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호도했다.
쏟아지는 관련 기사들을 지켜보다 문득 팀 선배에게 “저도 낙태 반대 기사 쓰다가 나중에 사회에서 매장당하면 어쩌죠?” 하고 물은 적이 있다. “나중에 정치하게?”라는 선배의 답변에 웃으며 대화는 일단락됐지만, ‘내가 하는 일이 그렇게나 반사회적인가?’ 스스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다가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주제 성구다. 생명 분야를 담당하며 단 하루도 두렵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임신·출산·낙태 등 생명을 다루는 기사가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까 늘 걱정됐다.
그러던 어느 날, 취재 현장에서 한 여성이 내게 말했다. “낙태를 반대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기사에서 ‘낙태 찬성 단체’를 ‘여성 단체’로 표기하지 말아 주세요.” 몸신학 피정에서 만난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고문 최봉근(티토) 선교사는 “10년 넘게 젊은이들을 마주하다 보니, 이들이 변하지 않는 가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계속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수 있게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이 묻는다. “WYD와 관련해 젊은이들에게 무얼 해주어야 할까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교회 청년의 일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떳떳하게 지켜나가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회가 그런 사회와 자리의 울타리가 되어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