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오후 8시 춘천 한삶의 집 강당. 20여 명의 청년이 모인 가운데 강당에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당 가운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11월 기도지향인 ‘자녀를 잃은 모든 이를 위한 기도’에 맞춰 마련된 조형물이 들어서고 그 위로 성체가 모셔진다. 성체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눠 앉은 청년들은 복음 말씀에 집중하며 성체 조배에 참여한다. 이어 각자의 기도를 담은 초를 봉헌한 청년들은 침묵 속에 성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평화, 더 나아가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기도한다. 춘천교구 청소년국이 마련한 ‘춘천교구 청년찬양성시간 PEACE’의 모습이다.
춘천교구 청소년국(국장 이준 신부)이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년 성시간은 힘든 일상에 지친 청년들이 신앙 안에 하나가 돼 함께 평화를 기도하는 시간이다. 성시간의 핵심은 ‘묵상’이다.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 성시간의 거의 절반이 묵상 속에서 이뤄진다. 찬양과 복음 말씀을 나누는 일부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침묵 속에서 조용히 기도를 바치거나 입구에 마련된 고해소를 찾아 고해성사를 한다.
청년성시간이 처음부터 이런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사례를 참고해 청년들이 더 편안하게 주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매달 청년들과 성시간을 거행하고 있는 이준 신부는 “성시간을 준비하면서 교구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고요하게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많았다”며 “스마트폰 등 미디어 기기의 발달로 24시간 동안 다양한 소음에 노출된 청년들에게 잠시나마 신앙 속에서 휴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침묵’을 중심으로 성시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성시간에 함께한 청년들 역시 ‘침묵’을 중심으로 짜인 성시간에 만족감을 표했다. 9월 이후 세 차례 열린 성시간에 모두 참여한 차희경(글라라, 25, 춘천교구 교동본당)씨는 “신앙을 지닌 청년들이 함께 모여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권승명(마르티노, 30, 춘천교구 샘밭본당)씨는 “모두가 침묵하며 하느님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지니 더 신앙심이 깊어지는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교구 청년 성시간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신앙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준 신부는 “WYD의 핵심은 결국 청년들의 신앙”이라며 “청년들이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와 만나 스스로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성시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신부는 “성시간이 오후 8시에 열리는 것은 성시간 후 자연스럽게 밤 9시에 바치는 한반도 평화 기도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라며 “청년들이 함께하는 성시간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은 물론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를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