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에서 죽음을 의인화한 신 ‘모트’를 야훼가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구약성경 내용이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경험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국장 신중호 베드로 신부)과 한님성서연구소(소장 정태현 갈리스도 신부)는 11월 29일 의정부교구청 신앙교육원에서 ‘죽음 이후’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은 발표에서 “‘모트’라는 신에 대해선 시리아-이스라엘 고대 전승에서 주로 확인되는데, 바알신화 속 바알도 이 죽음 자체인 모트를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고 전해진다”며 “하지만 구약성경은 ‘야훼 하느님’이 모트(죽음)를 영원히 꺾으셨다고 언급한다”고 말했다.(이사 25,8 참조) 주 연구원에 따르면 죽음의 신을 ‘영원히’ 굴복시켰다는 신은 지금까지 확인된 고대 문헌에서 구약성경의 야훼가 유일하다.
이어 “이러한 야훼의 강력함은 이스라엘 백성이 파라오가 지배하던 이집트라는 거대한 제국으로부터 탈출한 경험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분석한 뒤, “또 이후로 야훼가 죽음과 삶을 모두 관장하는 분이라는 신학적 발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학술발표회에서 사후의 삶과 부활에 대한 교회 가르침이 이전의 고대 문헌들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나눴다. 연구소장 정태현 신부는 학술발표회 논문을 담은 학술 논문집 발간사에서 “고대 근동 문헌, 구약 외경, 시리아 교회 교부들의 생각들을 살펴보면,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가르침들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며 “죽음 이후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여러 문헌과 교류했던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가르침에서 끌어낸 것”이라고 학술발표회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회에선 주원준 박사를 비롯해 한님성서연구소 송혜경(비아) 박사, 김선영(아녜스) 박사, 정태현 신부가 발표했다. 정 신부는 앞선 발표들을 바탕으로 구약성경 시대 형성된 사후의 삶에 관한 관점과 부활 신앙을 다루고, 신약성경에서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다뤘다.
발표회엔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도 참석했다. 손 주교는 “교구 내에 한님성서연구소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며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가 돼야 하는 것이 신앙인데, 연구소는 이성적 측면을 보강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