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우산은 철과 알루미늄, 플라스틱, 합성 섬유 등의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져 분리배출도 재활용도 어려운 물건이다. 하지만 살이 부러지거나 하면 그냥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1년에 버려지는 우산 살대는 파리 에펠탑 23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만 생각할 때도 연간 4000만 개 우산이 소비되는데, 그냥 버리면 이산화탄소 유해가스가 276만8000톤 배출된다. 환경 문제를 생각해서 잘 고쳐 쓸 방법은 없을까.
11월 24일 서울대교구 구파발성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 대강의실에서는 ‘고장 난 우산, 셀프 수리 기초 강좌가 열렸다. 11월 한 달 동안 매 주일 본당이 마련한 ‘수리수리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구멍 난 옷 수선을 위한 다닝 스티치’(11월 3일)과 ‘마우스, 키보드, 이어폰, 선풍기 등 소형 가전 분해 청소 수리법’(11월 10일), ‘안 쓰는 액세서리를 활용한 소품 만들기’(11월 17일)에 이어 마련된 강좌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15여 명이 함께했다. 강의를 듣고 실제 우산 수리에 나선 참석자들은 “가정에서 직접 고치고 쓸 수 있는 것들을 배워서 실생활에 매우 쓸모가 있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당 하늘땅물벗이 주관한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수리할 권리와 수리하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물건이 고장나면 새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한 시대에서 경제적 비용이 아니라 환경적 비용을 고려하는 올바른 ‘선택’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신자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이날 우산 수선 프로그램은 가장 빨리 신청이 마감된 경우다. 하늘땅물벗은 “대부분 고장 난 우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버린 경험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쓰는 액세서리 활용 강의는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창고에 버려졌던 명품 의류 장신구를 재활용해 목걸이를 만들고, 쓰지 않는 넥타이로 허리띠와 초커를 제작해 보는 경험은 참가자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를 기획한 최윤정(베아트리스) 씨는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고쳐서 사용하려던 과거 어르신들 모습은 이제 우리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더욱 중요한 실천임을 돌아보게 한다”며 “이번 캠페인이 그런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파발본당은 2022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차동욱 신부는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와 환경은 가장 먼저 돌보고 실천해야 할 복음 활동으로 생각한다”며 “평소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배우는 자리를 통해 환경 문제를 기억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의식을 지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