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교회 최초로 현지 주교가 아나톨리아대목구장 주교좌에 착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5일 아나톨리아대목구 보좌였던 앙투안 일기트 주교를 대목구장 서리로 임명했다. 일기트 주교는 아나톨리아대목구장이었던 파올로 비제티 주교에 이어 튀르키예 동남부를 관할하게 됐다. 아나톨리아대목구장 주교좌에 튀르키예인 성직자가 착좌한 것은 처음이다.
1972년 독일 튀르키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일기트 주교는 어린 시절 부모의 고향인 튀르키예로 이주해 무슬림으로 성장했다. 수도 앙카라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그리스도교를 접한 일기트 주교는 1997년 가톨릭으로 개종해 2005년 이탈리아 제노바의 예수회 수련원에 입회, 2010년 로마 예수회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튀르키예 시민권을 가진 최초의 예수회원이었다.
일기트 주교는 대목구장 서리 임명에 대해 “교황님께서 아나톨리아대목구 교우들에게 전하는 끊임없는 친밀함은 제가 교회에 더욱 헌신할 수 있도록 독려해준다”며 “튀르키예 교회의 잠재력과 풍요로움을 바라봐 주심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껏 보좌 주교로도 봉사해왔기에, 더욱 아나톨리아대목구 교우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일상까지 함께하는 사목자가 돼야겠다는 소명을 느낀다”고도 했다.
일기트 주교는 튀르키예 교회를 “봉사하고자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찾는 교회”라고 소개하면서 “젊은이들과 가까운 사람은 젊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성과 호기심, 지략을 갖춘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교회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대목구가 더 많은 난민과 그리스도인 아프리카 학생들을 받아들일 것을 시사했다.
일기트 주교는 “많이 연구돼 온 교회 일치 운동과 종교 간 대화는 문서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튀르키예의 특징인 자비로운 수용과 존중, 환대, 자선은 그리스도인·무슬림·유다인 등 모두가 같은 시민이며 이 튀르키예 땅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