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예수님께 기도드리면서 크고 작은 기적들을 바랍니다. 스스로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식이 잘되고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기적을 바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불치병에서 치유되는 기적을 바라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한순간에 잘 이루어지는 기적을 바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적에 대한 소망을 분석해보면,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지않고 하느님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기도를 살펴보면, 자신보다는 하느님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보다는 하느님을 설득하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다음의 일입니다. 내가 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다음에 과연 나의 삶이 변화되었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가 보다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다음, 삶이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참된 기적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참된 기적은 회개의 기적이요, 변화의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성품과 인격이 변화되고, 그래서 자신의 삶과 목적이 변화되는 것이 참된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적만이 믿는 사람들에게 참 생명을 베풀어줍니다.
어제의 믿음과 오늘의 믿음이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참된 믿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참된 믿음이란 매일 매일 십자가에 자기 자신을 못 박고, 자기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인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발현하셔서 엄청난 기적을 일으켜 주시기도 하시고, 아울러 특별한 메시지를 던져주시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 직접 인간 세상에 내려오신 것은 단순히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 걷게 되고, 청각 장애인이 말을 하게 되고,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이 치유되는 기적의 선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모님의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을 대신해서 인류에게 전하시고자 하시는 성모님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성모님의 메시지에는 늘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모님의 메시지는 언제나 한결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회개’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회개의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회개만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회개만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된 신앙이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기적입니다.
어떤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지독한 냄새가 나서 코를 막았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독한 냄새를 느끼지 못합니다. 방금 그 공간에 들어온 사람만이 그 악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에서 악의 냄새, 죄의 냄새, 사탄의 악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에서 예수님의 냄새, 사랑의 냄새, 희망과 기쁨의 냄새, 곧 예수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세상이 살맛 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선이 악을 이기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부터 변화’되어야 합니다.
참으로 변해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도 변화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기적을 요구하기 전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는 기적은 무엇인가를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