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동 고시촌에 있는 독거 중장년을 위한 쉼터 ‘참 소중한...’의 센터장인 이영우(토마스) 신부의 사제관은 작은 고시원이다. 교구에서 고시촌에서 떨어져 있는 편안한 사제관을 제안했으나 이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 곁에 살길 택했다. 이 신부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으니까요.”
우리는 줄곧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소외된 이들을 후원하며 나의 것을 나누기도 한다. 성당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기꺼이 소외된 이들을 위해 했던 일들이 성당 밖을 나오면 어려워지곤 한다.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는 정치를 하는 이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신앙생활과 무관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상의 일에 목소리를 내는 사제들에게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신앙생활과 삶은 떨어뜨려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
「간추린 사회교리」는 “정의, 자유, 발전, 민족들의 관계, 평화에 관한 문제들이나 상황처럼 인간 공동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느 것도 복음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복음과 인간의 구체적인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이 서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복음화는 완성될 수 없다. … 만일 정의와 평화로 참된 인간 발전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랑의 새 계명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66항)라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사회교리는 지킬 교리, 즉 생활지침서와 같은 것이다. 그릇된 정치로 가난한 이들의 가난이 심화되고, 한 형제였던 이들이 분열되고 다투고 있는 현장에서 예수님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셨을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