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취재를 마치고 명동대성당 밖으로 나오자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부색도 나이도 저마다 다른 이들이지만 얼굴엔 하나같이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어느덧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웃음은 전염된다던데 사실인가 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름표를 목에 건 청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눈으로 쫓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환영의 밤’이라 적힌 현수막에 멈췄다. 그러고 보니 11월 29일이었다. 바티칸에서 온 WYD 상징물이 서울에 도착, 첫 순례를 시작하는 날이다.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 성모성화’ 이콘이다.
역사적 순례 출발지인 명동대성당은 ‘한국 가톨릭교회 첫 교구’인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이다. 한국 교회 첫 본당이자 심장이요, 상징이기도 하다. 1898년 준공된 대성당은 한국 근현대사 질곡과 영광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함께했다. 동시에 한동안 수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기도 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때문에 ‘뾰족집’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금세 장안의 명물이 됐다고 전한다.
1891년 부임해 1933년 선종 전까지 제8대 조선(서울)대목구장을 지낸 뮈텔 대주교. 그가 40년 넘게 써온 「뮈텔 주교 일기」를 보면, 명동대성당이 축성될 때 장면이 생생하다.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조정 관료·외국 사절까지 몰려와 웅장한 성당 자태를 보고 경탄해 마지 않는다.
126년 전 당시 뮈텔 대주교는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먼 훗날에도 성당이 온전히 살아남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될 줄을. 보편 교회 청년들에게 가장 큰 축제가 극동 땅 한국 서울에서 열리고, 그 상징물이 바로 이곳으로 옮겨질 미래를. 밤이 되자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뾰족집’이 오늘따라 한없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