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2024년 10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9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사회다. 2025년에는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의 학생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고, 우리나라 군 전체 병력 중 1만 5000명이 다문화 장병으로 채워진다. 성소자가 부족한 한국의 수도원들도 이미 다문화 성소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본지는 인권 주일을 맞아 ‘태어났지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아이들’을 조명했다. 국내 2만 명으로 추산하는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부모가 모두 미등록 이주민이다. 태어나 한국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 한시적 체류자격으로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는 조건부로 이들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 구제책은 내년 3월 말 종료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가혹한 호칭이다. 이들 중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이주를 선택하지 않았다. 부모가 자국을 떠나 자신을 낳았고, 그렇게 태어났는데 어디에도 속할 수 없게 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가 인권 주일 담화에서 밝혔듯, 사회의 한 지체인 이주 노동자가 고통받는다는 사실은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증거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고통은 곧 한국 아이들의 고통으로 겸허히 받아들여져야 한다.
환대와 보호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다문화 사회는 문화 충돌은 물론 편견과 혐오·차별 등 더 많은 사회악을 증폭시킬 뿐이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이, 그 한인의 자녀들이 이주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소외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 곁에 이주해 있는 이들을 진정으로 존중해줘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법과 제도 안에서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