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수도자 시인’ 이해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의 특별한 강의가 11월 28일 서울대교구 노원성당에서 열렸다. ‘사랑의 길 위에 핀 감사의 꽃’을 주제로 한 서울 제5 노원지구 여성 구역(장)반장 연말 피정이었다. 베테랑 찬양 사도 ‘메타노이아’(김정식 로제로·송봉섭 요한)도 무대에 올라 이 수녀의 시를 가사로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했다.
이날 5지구장 노원본당 대성전은 피정에 참여한 신자 1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 수녀는 60년 수도 생활과 54년 시인의 삶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인간적 괴로움을 이겨낸 자신만의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름이 조금 알려지다 보니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일도 있었어요. 속상하고 따지고 싶었지만,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 나온 말을 따르며 마음을 다스렸어요. 좋지 않은 상황을 불평하기 전에 역이용해 축복과 성숙의 기회로 삼으라는 이야기인데, 많은 도움이 됐죠.”
일부 애독자 신자들은 성전 앞으로 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이 수녀의 작품을 낭송하기도 했다. 시 ‘행복의 얼굴’을 읽은 김진영(안젤라, 의정부교구 능곡본당)씨는 “대모로부터 이해인 수녀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기 고양시에서 달려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수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신자들이 쪽지에 적어 보낸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수도자와 시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이 수녀는 곧장 “당연히 본분인 수도자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수도자로 살다가 기회가 생겨 시를 썼고, 많은 분이 좋아해 준 덕에 지금의 제가 있다”며 “시는 수도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을 승화할 수 있게 해준 천사이자 위로자”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수녀는 “수도 생활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수녀회 총회에 참여하는 대의원에 선출됐을 때였다”며 “아무리 밖에서 명성을 떨치더라도 같이 사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뜻깊고 행복한 선물은 없다”고 말했다.
제5 노원지구장 전원 신부는 “이 수녀님은 삶이 시(詩)이고, 시가 삶인 분이다. 그 삶이 기도가 되고, 영성이 됐다”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시며 좋은 작품을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 수녀는 1970년 「가톨릭 소년」(현 「소년」)에 동시를 발표해 등단했다. 수녀회에 입회한 지 6년, 수도 서원 2년 만의 일이었다. 이어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발간한 후부터 수도자이자 시인으로 지내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