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7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인권에 기반해 가석방이 허용되는 ‘상대적 종신형’을 대체형벌로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는 11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연례 세미나를 주관했다. 이학영(더불어민주당) 22대 전반기 국회 공동부의장 등과 공동주최한 이번 연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인권에 기반한 사형제도의 대체형벌을 논의했다.
주현경(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석방을 불허하는 종신형(절대적 종신형)은 적어도 생명을 박탈하지 않아 사형제보다 인권적으로 진일보한 제도임은 맞는다”면서도 “왜 사형제를 폐지하길 원하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대적 종신형은 인간 자유권을 침해하고 수형자의 공포가 끝없이 지속되기에 인간 존엄에 반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재사회화라는 형벌이론적 관점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사형제 폐지를 필연적으로 여기면서 상대적 종신형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대적 종신형으로 가석방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 교수는 “사법 통제를 제도화하고 가석방될 수 있는 형집행 경과기간을 통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에서 참석자들도 모두 상대적 종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장박가람 캠페인본부장은 “사형제는 국제 인권규범과 명백히 상충한다”며 “단순한 범죄 응징에 그치지 않고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사회복귀 등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적 종신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중범죄자 형벌의 강도를 높이더라도 범죄 예방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상대적 종신형이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종신형이며 예외적으로 가석방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피해자 및 유족의 당사자성에 대한 질문에 홍성수 교수는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걸리는 부분이 피해자 문제라 할 수 있는데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적지 않은 수의 피해자들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논의되는 제도 및 연구를 피해자 방치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는 시도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긴 시간 우리 노력에도 사형제도가 여전히 존치되고 있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며 “앞으로도 이를 대신하는 형벌제도가 어떻게 마련돼야 할지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민주당 박지원(요셉) 의원은 사형제 폐지 관련 법안을 22대 국회 최초로(사상 10번째)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