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후 미국 주교들은 새로운 행정부의 대규모 이주민 추방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자신과 동료 주교들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가난한 자를 옹호하고 일으키며, 이민 개혁을 장려하고,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계속 돌볼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케이블 TV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서 일부 관측통은 주교회의의 친이주민 입장이 반트럼프적이고, 사회 문제에 대해 좌편향적이라는 증거로 보고 있다. 아마도 이는 미국의 광범위한 정치 문화에서 이주민 문제는 보통 좌우 이슈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미국 주교들에게 이주민 보호는 주교회의 내 특정 좌편향 주교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전 디트로이트교구장 마이클 갤러거 주교는 1920년대 주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몰타에서 온 이민자들의 문제에 직면했다. 갤러거 주교는 몰타 출신 사제를 임명해 몰타 공동체를 돌보도록 했고 몰타 이주민들에게 교구 소유 건물을 내줬을 뿐만 아니라 몰타 이주민들을 위한 본당 설립도 승인했다.
갤러거 주교는 라디오 설교자로 활동하며 미국의 라디오 신부로 유명한 찰스 코글린 신부를 미시간주 로열 오크의 사제로 임명한 인물이기도 했다. 코글린 신부가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과 뉴딜 자유주의를 맹렬히 비난했음에도 불구하고, 갤러거 주교는 그를 지지했다.
또 강력한 반공주의자였던 전 뉴욕대교구장 프란시스 스펠먼 추기경도 있다. 스펠먼 추기경은 1946년 미국의 한 레지오마리애 잡지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진정한 미국인이라면, 음모와 불명예의 무기를 휘두르며 이 나라에 그들의 불경한 노예제 패턴을 강요하는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스펠먼 추기경은 뉴욕으로 이주한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특히, 지역 성직자들에게 스페인어를 배워 푸에르토리코인들에게 그들의 모국어로 사목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수호성인인 세례자 요한의 축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도록 후원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대교구장 로버트 루시 대주교도 있다. 루시 대주교는 급증하는 멕시코 이주민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루시 대주교는 교구 내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노조 노동자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는데, 당시 건설 노동자 대부분은 멕시코인이었다. 하지만 루시 대주교는 린든 존슨 대통령과 가까운 친구로, 베트남 전쟁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다. 그는 공립학교에 성교육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촉발된 개혁들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갤러거 주교와 스펠먼 추기경, 루시 대주교를 정치적 또는 신학적으로 ‘진보주의자’로 분류할 역사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주민을 지원했다는 사실은 역사로 기록돼 있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 이주민과 연대했을까? 인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톨릭 신앙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지만, 몰타인, 푸에르토리코인, 멕시코인들이 대부분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1920년대 디트로이트, 1940년대 뉴욕, 1940~50년대 샌안토니오에서 가톨릭교회의 입지를 강화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모든 주교가 고마워할 만한 일이었다.
오늘날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2011년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10명 중 1명, 즉 10가 가톨릭교회를 떠난 전 가톨릭신자였으며, 다른 종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성인은 단 2.6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미국 인구에서 가톨릭신자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히스패닉 이주민의 영향으로 가톨릭신자의 비율은 약 20~25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주교들이 20세기와 21세기에 이주민에 대해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이유 중 상당 부분은 대부분의 미국 이주민들이 가톨릭신자였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주교들은(특히 교황 프란치스코 등장 이전에는) 이주민 문제에 대해 더 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많은 유럽 국가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이주민 공동체가 무슬림이었기 때문이다.
한 신부가 특정 공동체를 위해 미사를 집전하고, 그들의 고해성사를 듣고, 젊은이를 결혼시키고, 나이 든 이를 매장하며, 그들 중 일부가 신부가 되고 수녀가 되는 것을 지켜본다면, 이 신부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간에 그 집단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억압당하거나 추방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교회의의 이주민 문제에 대한 경고가 트럼프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 백악관에 누가 있든 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주민 문제는 미국 주교들이, 비록 일반 신자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단합된 입장을 취하는 드문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예언적이기도 하고 실용적이기도 하다.
글_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