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가정사목에 헌신한 수원교구 송영오(베네딕토) 신부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위기 타개를 위한 대안을 본지에 기고로 제안했다.
오랫동안 가정사목에 종사해 왔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소극적 생명운동으로 낙태 반대와 자연주기법을 소개하는 일차원적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교육인 틴스타, 혼인교리, 생명수호미사, 모자보건법 폐지 서명운동, 세미나 등 인식 변화와 홍보에만 매달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향 전환을 가져오지 못했다. 사회운동 차원에서도, 낙태 반대와 인공피임 문제에 가로막혀 생명을 받아들이고 키워 나가는, ‘생명 하나 더’라는 적극적 생명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러한 안일한 태도는 출산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신앙인들이 일반인들보다 생명을 더 거부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20년 전부터 셋째 아이는 교회가 키워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주장하며 주일학교 무료 등록, 여름 수련회와 교회 활동 무료 참가, 생명의 장학금 수여 등 자녀 출산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결국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1980년 2.85명에서 2015년 1.23, 2020년 0.83으로 둘이 결혼하여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2023년 기준 OECD 38개 국가 중 1.00 이하인 0.72의 세계 최하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비록 출산 장려금으로 1억을 지급한다는 기업이 나타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일시적으로 주택 분양 우선권이나 출산 비용 지원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다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자녀를 출산하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혼인과 출산에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독신을 서약한 주교와 사제, 수도자, 그리고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한 명의 자녀를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이제 자녀는 나라가 키우고자 하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혼인에서 출산을 지원하고, 교육과 청소년 복지에 재정을 투입하며, 출산과 양육에 도움이 되도록 세제 개혁과 경제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혼인성사 시 성당 사용료를 폐지하고, 주일학교 등록비도 없애야 한다. 유아세례와 첫영성체는 본당 공동체의 축제로 지내도록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협의해 전철역이 가까운 성당마다 무료 탁아소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노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본당 유아실과 화장실을 엄마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편의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창조 때부터 위임된 책무인,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창조의 질서가 훼손되거나 포기될 수 없음을 가르치고 자녀 출산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이행하는 축복의 길임을 알려야 한다.
혼인으로 이루어지는 생명과 출산의 신비는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신앙인의 의무이고 은총으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하느님께서 위탁하신 소명으로서 가족을 넘어서 인류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혼인을 무시하고 출산이 사라지는 인류는 종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며, 가정이 곧 구원의 현장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 변화가 느리면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먼저 창조의 뜻을 받들어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자녀의 출산이 곧 성모님을 통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만나는 길이다.
글 _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수원교구 용인 원삼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