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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선 라면 하나도 희망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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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식사도 일상생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웃이 많답니다. 그런 그들이 절실히 구하는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챙겨주는 것이야말로 희망을 여는 나눔이 아니겠어요? 그 믿음으로 우리는 이 가게를 지켜 오고 있어요.”


인천 부개동에는 이렇듯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취약계층 이웃들을 위한 생필품 무료 공급 매장이 있다. 2008년 개점해 16년째 터를 지켜온,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희망을 여는 가게’ 부평점(점장 김정 미카엘라 수녀)이다.


희망을 여는 가게는 인천교구 제2대 교구장이었던 고(故) 최기산(보니파시오) 주교가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자 시작했다. 현재 부평점과 2009년 개점한 주안점 2개 지점으로 운영 중이다. 지역 복지관들과 연계해, 도움 없이는 식품과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는 이웃이라면 누구든 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안정적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 의료 수급비 등을 받는다고 해도 병원비와 약값, 월세를 내고 나면 도저히 생활비를 대지 못하는 이웃이 많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표현대로, 제도 밖에 놓인 이들은 그저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부평점은 그런 그들에게 희망을 열어 보인다.


매달 150여 명이 필요한 물품 5가지를 한 달에 한 번 직접 선택해 가져간다. 라면, 쌀, 조미김, 통조림과 가정 간편식 등 올해는 식품만 해도 35개 품목을 제공했다.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도록 각종 양념과 장류를 비롯한 식재료도 놓치지 않는다. 인간다운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화장지, 치약과 칫솔, 세제와 세정제, 해충 약 등 생필품도 폭넓게 마련한다. 거동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봉사자들이 직접 배달도 한다.



가난한 이웃에게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챙겨준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점장 김정 수녀는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존엄함에 공감하는 나눔”이라고 말했다.


“먹고사는 게 숭고한 이유는 인간 존엄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웃이 적어도 그 기초를 지킬 물건이 없어 처참해하지는 않게 해주는 것만 한 공감은 없어요. 물건을 살 돈을 주는 것도 좋지만, 같은 입장이 되어 ‘이 물건들이 필요하겠지’ 하며 ‘챙겨주는’ 마음이 감동하게 하니까요.”


이렇듯 희망을 여는 가게 부평점은 절망으로 얼어붙은 이웃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로 딸과 함께 내몰린 한 중국 출신 어머니는 귀화 기회마저 잃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희망을 여는 가게와 연이 닿았다. 3년째 부평점을 이용하는 한 청년은 어둠을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그는 동업하던 벗에게 거액을 배신당하고 연달아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여의고, 교통사고까지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희망을 여는 가게는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도 물건을 대량 구매해야 한다. 늘 겨울처럼 빠듯한 살림이기에 점장과 봉사자들은 “봄의 온기를 기다리는 인동초(忍冬草)의 마음뿐”이라고 고백한다.


“도와달라는 사람이 10명이면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2명이에요. 함께 나누는 기쁨은 모두에게 행복한 사랑의 텃밭이 되는 만큼 많은 사랑을 모아주세요.”


※ 후원 계좌 : 농협 147-01-223481(예금주 (재)인천교구천주교회)
※ 문의 : 032-515-9004 희망을 여는 가게 부평점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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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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