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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슬기로운 장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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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노인사목에 앞장서시는 교우분들이 우리(노인)를 위한 교실을 열어주셨어요. 수업도 즐겁고 성당 친구들과도 어울리니까 요즘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노인대학이 있는 본당이 하나도 부럽지 않답니다!”


11월 22일 인천교구 모래내성당(주임 이용현 베드로 신부) 4층 교리실에는 여느 금요일처럼 본당 노인들을 위한 노인 교실 ‘슬기로운 장년생활’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날 출석한 20여 명 어르신은 지난 수업에서 자기 손을 석고로 본뜬 것을 예쁘게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 긴 세월 고생한 자신을 위로해 주자는 11월(위령 성월) 수업 목표대로 각자 석고 손을 색칠하고 알록달록한 네일팁(인조 손톱), 스티커, 리본으로 장식했다.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다 같이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이 즐겁다”면서 “우리 본당에는 노인대학 못지않은 노인 교실이 있다”고 엄지손을 추켜세웠다.


본당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금요일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본당 노인대학이 코로나19와 고령화 때문에 2019년 12월부터 쭉 문닫은 상황에서 마련된 사목적 대안이다.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평일 미사 참례자 평균 연령이 76.5세에 달할 만큼 고령화는 여전해 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노인대학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함께 놀고 배우며 식사까지 하면서 성당에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려는 주임 이용현 신부 등 사목자들의 배려가 깃들었다. 특히 독거노인들이 미사 후 귀가하면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만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식사마저 소홀하게 되기 쉽다는 점에서 노인 교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노인대학 학장이었던 사목회장, 노인사목분과장, 총무가 이 신부와 의기투합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슬기로운 장년생활’이라는 이름도, 어르신들이 노년을 두 번째 장년처럼 활기차게 보내길 바란다는 그들의 진심이 묻어났다.


건강 체조, 색칠 공부 그림책을 활용한 성경 교실, 만들기 등 소소한 수업들이 펼쳐져 어르신들을 매주 기대하게 만든다. 심성 수련 자료를 활용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작업,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숨은그림찾기 등 정서를 함양하는 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이렇듯 충실한 노인 교실이 있기에 어르신들은 노인대학에 다니듯 즐거워한다. 박이자(데레사·78) 씨도 “생전에 이렇게 재미난 것은 처음 해 본다”며 웃었다. 지금까지도 식당을 운영하는 박 씨는 노인대학이 있었던 시절에는 생계에 치여 다니지 못했다. 박 씨는 “적적했던 가슴이 요즘은 촛불 켠 기도실처럼 환해졌다”면서 “그래서 금요일은 식당에 안 가고 성당에 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신부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교회는 고령의 교회일 것”이라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공동체 안에서 누구나 하느님을 체험한다면 그곳이 살아있는 교회”라고 역설했다. 이어 “‘젊음이 상이 아니듯 나이 듦이 벌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연로한 이들이 교회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앞으로 교회가 성장하게 될 길"이라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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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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