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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년 12월 3일 22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의해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명의로 23시를 기해서 “국회와 정당 등 정치 활동 금지”를 비롯해 6개 조항으로 구성된 계엄사 1호 포고령이 내려졌다.


헌법은 계엄에 관해서 규정하는 제77조 4항에서 “계엄을 선포할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의무 조항을 설정해 놓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한국 국민과 사회의 안녕과 사회적 존엄을 손상시키는 것일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같은 조 5항에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헌법은 비상계엄 상태에서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입법부의 역할은 명백하게 법으로 보장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사 포고령 1호에 의하면, 그 첫 조항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면서 이것을 어기면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를 근거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회로 투입된 계엄군에게 내려진 명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였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190명은 경찰이 막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담을 넘어가면서까지 국회로 모이기 시작했고,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위한 투표에 참여해 190명 참석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계엄이 무효화 된 것인데, 이때가 12월 4일 오전 1시 1분이었다.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계엄군에게 연락해서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도록, 안 되면 전기라도 끊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 지시를 받은 이상헌 제1공수특전여단장은 오히려 부대원들에게 물러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표결이 완료돼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참석자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국민의힘 대표와 중진의원들을 만났을 때,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맞춰 권한 내에서 한 것으로 잘못된 것이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이를 경고하기 위해 선포하게 됐다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식 속에서 그는 장관급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을 임명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지속해 갔다.


그러다가 계엄이 해제된 지 만 사흘이 지난 7일 오전 10시경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군을 동원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의원들을 체포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을 실행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찬성할 시민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국의 시민들은 그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해 “더 빨리, 더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퇴진을 위한 집회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그가 비상계엄으로 실추시킨 국격, 국가와 시민들이 겪게 만든 사회적 혼란과 상처를 회복시키고, 오늘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사회적 사랑’(「찬미받으소서」 231항)의 선물이 될 것이다.



글 _ 황종열 레오(가톨릭꽃동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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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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