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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자신과 겸손

장현민 시몬(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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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의사의 사연을 연달아 취재했다. 각각 대림 제1주일과 제3주일 지면에 보도된 이화모·김만달 의사 이야기다. 곁에서 들어본 두 의사의 이야기는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았다. 우연한 기회에 봉사를 시작했고, 의사라는 사명감에 수십 년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돌봐온 이야기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겸손’이었다. 두 의사는 봉사상 수상 소감을 묻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은 자격이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런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선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겸손은 다르다.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겸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깊은 겸손은 자신을 지우는 데에서 드러난다. 두 의사가 ‘자신들’이 펼친 봉사를 자신의 의지가 아닌 ‘행운’으로 시작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모든 과정에서 ‘자신’을 지운 것이다. 사건을 이야기할 때도 실제로 있었던 일만 나열할 뿐, 쉽게 들뜨지도, 그렇다고 비관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자신을 지워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공(功)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자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공로, 그리고 주님 은총이란 말이 대신했다.

한국 사회를 휩쓴 대통령의 계엄부터 탄핵·사후 처리 논란을 보며 두 의사가 보여준 겸손의 자세가 떠올랐다. 마음속에 ‘자신’만이 가득 찼을 때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만 보이는 이에게는 모두가 소중히 생각해 온 가치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렇기에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민주주의조차 자신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은 아닐까. 자신이 가득하면 오만해진다는 언어유희가 유독 씁쓸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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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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