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회로선 또 한 명의 추기경 탄생이기도 해 영광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주님의 놀라운 섭리를 만날 때마다 고개가 숙여집니다. 일본 교회, 나아가 아시아 교회를 위해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된 21명 신임 추기경 가운데엔 이웃 나라 일본 교회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도 있었다. 17개국이나 되는 다양한 지역 교회 성직자들이 추기경으로 서임된 이날, 일본 교회 역사상 7번째 추기경이 된 기쿠치 추기경은 두 손을 모은 채 교황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추기경 비레타와 반지를 받았다.
기쿠치 추기경은 서임 후 CRUX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삶은 항상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때마다 삶의 주인은 소중한 생명을 주신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면서 “주님께서는 늘 당신의 계획이 있으시며, 그것을 우리에게 놀라운 신비를 통해 보여주시기에 언제든 그 놀라움 앞에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10월 6일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참석 도중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들었다. 그는 “참으로 저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제 인생의 일부로서도 상상하지 못했고, 계획할 수도 없었던 사건”이라고 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현재 일본 주교회의 의장 겸 도쿄대교구장이자, 국제 카리타스 의장이다. 가톨릭 신자 40만 명의 작지만 내실 있는 일본 교회를 이끄는 동시에 보편 교회와 지구촌 곳곳 도움이 필요한 지역과 동반해야 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기쿠치 추기경은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지구촌 핵무기 폐지와 온전한 평화를 촉구하셨듯이 평화 구축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은 일본 교회의 책임”이라면서 “저의 이번 추기경 서임은 교회 사명을 통한 우리의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기쿠치 추기경은 또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절대적인 소수”라며 “아시아 교회가 종교 간 대화에 전념하는 것은 필수이며, 타협이 아니라 평화의 구축, 인간 존엄성 보호, 환경 보호, 빈곤 퇴치 등 하느님 뜻이 실현되도록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지역 교회가 시노드 교회가 되도록 하는 일은 국제 카리타스가 지난 수년간 해온 일”이라며 “교황님은 제게 임무를 부여하시면서 카리타스가 시노드 교회를 건설하는 주역이 되길 기대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여전히 주님께서 저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자 하시는지 깊이 숙고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신임 추기경으로서 하느님 사랑과 자비를 상징하는 말씀과 행동으로 사람들 사이에 희망을 만드는 원천이 되고자 합니다. 그런 역할을 다하기엔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기도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