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 코르시카 섬을 찾아 신앙과 세속 문화 간 가교로서 대중 신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직 교황으로 이곳을 사목 방문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은 2014년 스트라스부르, 2023년 마르세유에 이어 세 번째다.
교황의 이번 사목 방문은 ‘예수님께서는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사도 10,38)를 주제로 15일 하루 진행됐다. 이날 오전 7시 45분 로마를 떠난 교황은 오전 10시쯤 프랑스 코르시카 섬 내 아작시오 컨벤션센터를 찾아 아작시오교구 주최로 열린 ‘지중해 지역의 대중 신심에 관한 회의’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후 현지 공동체와 대화 자리를 가진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교황은 첫 일정으로 참석한 대중 신심 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신앙의 쇠퇴 속 세속문화와 신앙의 가교로서의 ‘대중 신심’에 주목했다. 교황은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와 세속 문화는 대립하기보다 상호 개방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대중 신심은 신앙을 문화적 맥락에서 표현하며, 잠시 신앙을 떠나 쉬고 있는 이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사람이 신앙생활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교 문화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대중 신심운동은 신앙 속에서 ‘자기 뿌리를 찾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 대중 신심이 ‘건설적인 시민의식’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교황은 특히 코르시카 내 신심단체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교황은 “아작시오교구 내 신심단체들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력해 자선·신심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신앙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대중 신심 회의 폐막식 이후 교구 성모승천대성당으로 이동해 현지 공동체와 만났다. 교황은 현지 사제단과 수도자·신자들에게 전한 연설에서 ‘가난한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교회는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작은 것’을 통해 일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이 너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교황은 사목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공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50분간 대화했다. 교황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자지구 내에서 즉각적인 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내전이 종료된 시리아에서 정의로운 정치적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