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과 계엄으로 얼룩진 대림 시기를 보내고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은 불안의 연속인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정의와 평화가 절실한 주님 성탄 대축일이다.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비극의 강을 건너고 있다.
전국 교구장 주교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 메시지에서 혼란스러운 시국을 우려하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의 행복,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정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주님의 삶과 닮아야 하며, 정치는 정쟁의 수단이 아닌 국민을 향한 봉사여야 한다고 강조한 한 교구장의 메시지는 울림이 깊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정치적 충격과 공분, 고통과 슬픔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 밝게 빛남을 그리스도인들은 알고 있다. 빛이 어둠을 비추는 순간 어둠은 흔적 없이 자리를 떠난다. 어둠에 자리를 내주는 빛은 본 적이 없다.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응원봉 말고도 형형색색의 빛나는 모든 것들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올해는 특히 주님 성탄 대축일과 함께 희년의 시작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45년 만의 계엄 선포가 불러온 어둠을 25년 만에 찾아온 희년의 기쁜 소식이 온 나라에 치유와 희망을 건네길 소망한다. 희년의 주제 성구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이다. 평화는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복음의 핵심 가치다. 신앙인은 정의와 평화의 장인이 돼야 한다. 진리와 희망의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맞자. 아기 예수님이 구원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