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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탄핵 이후,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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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만큼, 박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변함없는 대한민국도 놀라웠습니다. 탄핵 이후 일명 진보·개혁 진영 정치인들은 촛불의 전리품을 나누어 가지는 데는 부지런했지만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개혁은 느렸습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자신들에게는 예외였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자신들은 그래도 된다며 상식 밖의 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의 부활도 놀라웠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은 자신들은 궤멸 된다고 했습니다. 보수진영은 탄핵 정당에 누가 찍어주냐고 공포에 떨었지만, 앓는 소리였습니다. 탄핵 이후에도 보수진영은 언제나 2등이었습니다. 시험을 망치면 꼴찌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선거’라는 시험에서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2등을 보장받았습니다. 양당제라는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수 정치인은 ‘빨갱이’보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더 무섭습니다. 그러다 혹시 1등 정당이 국민에게 밉보이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수진영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며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이재명이 싫어서 투표를 포기한다’는 말이나, ‘탄핵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다’는 말은 2024년의 말이 아닙니다. ‘배신자 한동훈’이라는 말이나, ‘한동훈이 아니면 누가 대선에 나설 것인가’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民主)공화국의 시민들은 누구 선거 운동하러 계엄의 공포를 뚫고 국회로 모이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는 죽어있는 글자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은 거리로 달려 나갔습니다. 87년 민주주의를 성찰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는 일, 즉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일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는 당파와 이념을 넘어 공동선 증진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탁월합니다. 지난 7월 교황은 “지금의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않다”며 “(피리 부는 사나이가) 당신을 유혹하고 당신이 스스로를 부인하도록 이끈다”고 했습니다. 동화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누구인지 찾기에 바빴지, 교황의 공동선 증진이라는 말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새로운 공동체, 공화국을 꿈꾸어야 합니다. 양극단의 목소리만 대표되지 않고 장애인, 여성, 이주민 등 다양한 목소리가 어울려지는 다원주의를 꿈꾸어야 합니다. 사나이가 부는 피리 소리가 아닌 상식과 양심의 소리를 내는 정치를 희망해야 합니다. ‘땅’이 아닌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담아낸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어야 합니다. 1987년 명동성당에 모여든 시민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했던 것처럼, 2024년도 시민 저마다의 열망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상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탄핵 이후, 성탄 >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곁에 오신 성탄(聖誕)입니다. 역사는 예수의 탄생으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어집니다. 2024년의 굴곡을 넘어 2025년에는 희망의 문을 열 수 있는 오늘이길 바라며 성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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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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