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국의 왕이 있었는데, 이 왕은 무엇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를 못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얻을 때까지는 잠을 자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오랫동안 스스로 깊이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지혜로운 신하들과 학자들을 불러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왕은 혼자 창가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저 하늘의 태양은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는 걸까?”
그날부터 왕은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태양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태양을 쳐다봐도 정확히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제일 똑똑하고 지혜롭다는 학자들을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왕에게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왕은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그만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큰 결심을 하고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대로 병석에서 죽느니 내가 직접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해답을 얻어야지!”
왕은 길을 떠났습니다.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농부였습니다.
왕은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는지 아십니까?”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야 쉽죠. 태양은 앞산에서 떠올라 뒷산으로 집니다.”
대답에 실망한 왕은 또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길에서 왕이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어부였습니다.
왕은 또다시 어부에게 물었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는지 아십니까?”
어부는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시오! 당연히 태양은 이쪽 바다에서 떠올라 저쪽 바다로 지지요.”
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또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왕은 세 번째로 만난 사람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사람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태양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태양, 영원한 태양은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왕은 그 사람을 자세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요? 더군다나 당신은 장님이어서 태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소?”
이 말에 장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처음부터 장님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도 임금님처럼, 태양이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는지 궁금해서 매일 눈을 부릅뜬 채 태양만 쳐다보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장님이 되었습니다. 저는 장님이 되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태양은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영원히 떠 있다는 걸 말입니다.”
여러분의 태양은 어디에서 떠올라 어디로 지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태양은 진정 어디에 있습니까?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