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가 묻자 성산2동본당(주임 이도행 신부) 신자들이 우후죽순 손을 들기 시작했다. 12월 21일 어르신 대상으로 마련된 ‘생의 말기와 연명 의료’ 특강에서다.
일명 ‘웰다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그런 가운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6년 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연명의료가 무엇인지 생소한 것이 사실. 이같은 현실에서 오 신부가 연명의료와 관련해 ‘잘 죽는 법’ 특강에 나섰다.
오 신부는 “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할 때 중단할 수 있다”며 “아무리 고령이라도 치료 후 건강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면 임종 과정이라 볼 수 없고, 연명의료 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흔히 고령일 경우 누구든 연명의료를 중단해 원할 때 죽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교회는 연명의료 중단과 조력존엄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결정은 말기 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이가 담당 주치의 확인을 받아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할 수 있다. 후자는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19세 성인 누구나 할 수 있다. 오 신부는 “호스피스에 들어간 임종기 환자가 아니라면 이 연명의료 중단결정은 언제든 바꿀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최근 자기결정권이 화두에 오르면서 죽음조차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삶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 고민하는 것이지, 마음대로 생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흔히 나이 들어 아프기 전에 어서 주님 품에 안기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 형상을 보며 기도할 수 있는 이유는 고통을 넘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며 “병들어 돌봄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도 우리는 돌봄받아 마땅한 존재이며 하느님 자녀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특강에 참여한 장인숙(데레사, 76)씨는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신부님 말씀을 들으면서 하느님 보기 좋게 죽음을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나운(마리아, 78)씨도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에 평소 관심이 컸다”며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생명과 죽음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되새겨 유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