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채 탕감, 사형제 폐지, 국제 기금 설립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제58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고, 희년의 정신으로 △부유한 국가들은 빚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모든 나라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하며 △군비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제 기금 설립에 사용해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희년은 해방을 가져다주시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세우고자 노력하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때”라며 “세상 만민이 삶의 존엄성을 되찾고 희망의 길을 다시 나서게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란 제목의 담화에서 “희년의 거행은 지상 재화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줌으로써, 불의와 불평등의 현재 상황에 맞서는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년의 정신으로 국제 사회가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생태적 빚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외채를 탕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한다”며 “이는 연대를 위한 호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의를 위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2000년 대희년에 하신 호소, ‘곧 여러 국가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제적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감면해 주는 것을 배려해보자’는 그 호소를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유한 국가들은 생태적 빚을 인정하고, 빚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 국가들의 부채 탕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부름 받았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명의 문화를 증진할 구체적 행동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제안했다. 교황은 “이 형벌 제도는 생명의 불가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용서와 재활에 대한 모든 인간적 희망을 없애버린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잠시 멈추어 서서, 끊임없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빚을 탕감해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우리 마음에 희망과 평화가 흘러넘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우리는 바로 그 희망으로, 곧 하느님 자비에 대한 경험의 결실로 우리 삶을 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은 관대함 안에서 넘쳐 흐릅니다. 희망은 계산하지 않고, 은연 중에 요구하지 않으며, 잇속을 챙기지 않습니다. 희망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바로,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부서진 마음을 치유하며 온갖 종류의 속박에서 우리를 풀어주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