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보살’로 불리던 무속인 노상원은 군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투 스타 장군이였습니다. 육사 41기로 임관했지만, 성범죄로 불명예 전역한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이번 12·3 불법 계엄의 설계자로 지목됩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생각을 했으며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아내는 일은 계엄의 넓이와 깊이를 밝히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점집에서 노 사령관이 계엄을 준비하며 작성한 수첩을 확보했습니다.
확보한 계엄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을 자극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다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또한,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판사·종교인 등이 적혀있는데, 일부 대상자는 실명으로 적혀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수거’의 대상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첩에 적힌 ‘수거’는 ‘체포’의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최악은 수첩에 적혀있는 ‘사살’이라는 단어입니다. 우 본부장은 ‘계엄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습니다. 즉, 체포해 암살하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만일 12월 3일 불법 계엄이 성공했다면, 수거 즉 체포할 종교인을 찾으러 여러 성당과 수도원에 계엄군이 들이닥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계엄군에 의해 체포된 사제와 수도자는 군 시설에서 정식 재판도 없이 감금됐을 것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수첩에 적혀있는 표현이라 어느 정도 실행하려고 했는지는 더 밝혀져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말을 ‘괴담’으로 치부했었기에, ‘수거’, ‘사살’이라는 계엄 설계자의 말 하나하나가 경악스럽고 공포입니다.
무엇보다 계엄 수첩에는 ‘종교인’으로 표현되었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종교인들이 주 대상이었을 겁니다. 특히 천주교는 윤석열 정부에 쓴소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거리에서 사제와 수도자들은 윤 대통령 부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회개를 요구했습니다. 강론을 통하여 이태원 사태 희생자의 실명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슬퍼하는 이태원 유가족과 함께하는 사제와 수도자에게 극우 유튜버들은 욕을 해가며 기도를 방해했습니다. 그러기에 천주교는 이번 계엄의 공포가 누구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권력이 자신들에게 굽신거리지 않는 종교인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만 아니라 교구장 주교도 권력자가 불편하면 잡아들였습니다. 1974년 유신 정권은 민청학련 사건 용의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습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에서 고문으로 죽은 박종철 사건을 알린 함세웅 신부는 수배자였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에 아무리 군사정권이라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했는데, 이번 계엄은 종교인을 죽여서라도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면 충격입니다.
하루빨리 불법 계엄을 이끌었던 이들을 체포해야 합니다. 수사를 통해 계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또한, 다시는 총칼로 종교인의 양심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일어나지 못하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종교인의 입을 막으려 하면 할수록 종교인의 마음에는 양심과 진리에 따라 살겠다는 믿음과 의지만 굳세어진다는 점을 권력자들이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계엄군, 종교인 체포·사살하려 했나>입니다. 세상의 고뇌와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모든 종교인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