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묵주 200여 개를 묵주 하나 구하기 어려운 선교지에 전달해 뜻깊은 연말을 보낸 본당이 있다.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주임 최철영 베드로 신부) 초·중·고 주일학교는 묵주기도 성월인 10월부터 매주 토요일과 주일 5단 묵주를 제작해 파푸아뉴기니 멘디교구에서 선교하는 한국 외방 선교회 유준호(미카엘) 신부에게 전달했다. 12월 4일 배송이 시작된 묵주들은 약 2주만인 12월 19일 현지에 도착했다.
본당 주일학교는 원래 매년 10월 묵주기도 성월 즈음 학생들 자신이 기도할 때 사용할 묵주를 만들어왔다. 본당에 따르면 이미 가정에 묵주가 많은 경우도 있고, 학생들도 매년 반복되는 묵주 만들기에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본당 보좌 김학수(바오로) 신부는 “올해는 직접 만든 묵주를 상황이 어려운 선교지에 전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묵주 만들기 프로그램을 앞두고 고심하던 주일학교 교사들도 호응했다.
김학수 신부는 “파푸아뉴기니는 워낙 오지이고 기반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묵주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또 묵주를 만들 즈음 파푸아뉴기니 지역에 산사태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었고, 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선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본당 주일학교는 학생들에게 먼저 파푸아뉴기니와 현지 선교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였다. 자신이 만들 묵주가 어떤 곳, 어떤 상황에 놓인 신자들에게 전달될지 보며 마음속에 의미를 새기고 정성을 듬뿍 담았다.
초등부 저학년 주일학교 교감 장인정(아가타) 씨는 “전에는 학생들과 1단 묵주를 만들어왔는데, 처음으로 5단 묵주를 만들다 보니 아이들의 노력도 배가 됐다”며 “막상 자신이 완성한 묵주를 보고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 영상을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묵주를 만드는 과정 중에도 보여줬는데, 어렵게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는 분들이 계시고 또 보내는 묵주가 그곳 신자들의 신앙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본당은 이렇게 약 두 달에 걸쳐 완성된 묵주들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파푸아뉴기니로 부쳤다. 12월 19일 묵주를 받은 멘디교구 유준호 신부는 “교구 신자들에겐 정말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 같다”며 “학생들의 정성과 선교 활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와 이곳 신자들도 이 묵주들을 보며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을 기억하고 기도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