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오후 2시, 마산교구청은 분주했다. 지난 12월 21일 제6대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된 이성효(리노) 주교가 처음 교구청을 방문하는 날. ‘이성효 리노 주교님, 전 교구민이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한 교구를 이끄는 목자 ‘교구장’. 마산교구의 목자 자리는 2년 넘게 비어 있었다. 2016년 4월, 제5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배기현(콘스탄틴) 주교는 건강상의 문제로 2022년 8월 6여 년 만에 사임했고, 이후 신은근(바오로) 신부가 교구장 서리로 교구를 이끌어왔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새 교구청사’는 교구장좌가 공석인 교구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교구 소유의 청사가 없던 상황이었기에 마산교구민들은 교구청 건립을 염원했고, 교구민들이 물적·영적으로 힘을 보태 마침내 2021년 착공, 2023년 완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되는 사이 배 주교가 사임했고, 오랜 기도 끝에 완공된 교구청 축복식은 새 교구장 임명을 기다리며 차일피일 미뤄졌다. 서품식 등의 주요 행사 또한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등 타교구 목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어 온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교구장이었던 만큼, 이 주교를 기다리는 교구청은 사뭇 들뜬 분위기였다. 오후 2시, 이 주교가 도착했다. 수원교구 홍보국장 이철구(요셉) 신부, 제1대리구 사무처장 이강건(빈첸시오) 신부, 제1대리구 복음화1국 국장 이건희(안드레아) 신부가 이 주교와 동행했다.
마산교구청 직원과 사제단은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와 이 주교를 환영했고, 이 주교는 교구청 직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악수를 나누며 친근하게 화답했다. 교구청 한 직원은 “교구장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은 2년 내내 대림이었다”는 말로 새 교구장을 맞이하는 소감을 전했다.
교구청을 둘러본 이 주교가 향한 곳은 2층 성당. 교구장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새 교구청 성당에서 무릎을 꿇은 이 주교는 한참 동안 기도를 올렸다. 이 주교의 기도 이후 신은근 신부는 “훌륭한 목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면서 “기쁘게 사목하실 수 있도록 모두가 돕겠다”며 환영인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기쁘게 순명했다”면서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주님께 나를 온전히 맡기면서 교구의 사목적 과제들을 기꺼이 감당해 가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 주교는 고향이 경남 진주임을 밝히며 사투리 억양을 살려 “감사합니데이~”, “단디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덧붙여 직원들에게 함박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후 이 주교는 제4대 교구장 안명옥(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신은근 신부와 교구장 집무실에서 담화를 나눴다. 안명옥 주교는 “수원교구에서 오래 지내셨지만, 낯선 동네라고 너무 움츠러들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이 주교를 격려하고, “신자들과 사제들, 그리고 저도 열심히 돕겠다”고 강조했다.
교구청에서의 일정 후 이 주교는 제5대 교구장 배기현 주교를 찾았다. 거동이 어려운 배 주교를 배려해 직접 숙소까지 찾아온 이 주교를, 배 주교 또한 기쁘게 맞이했다. 이 주교와 배 주교는 취재진에게 30여 년간 이어온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주교와 배 주교는 1990년대 유학 중 만나 자주 어울리며 아우구스티노 성인 등 교부들에 대한 대화를 매일같이 나눈 사이였다.이 주교가 먼저 주교품을 받았고 이후 배 주교가 주교품을 받으면서 주교회의 등을 통해 인연을 이어왔다고 했다. 전임 교구장과 신임 교구장으로 한자리에 마주 앉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 주교와 배 주교는 손을 맞잡았다.
배 주교는 “이 주교님의 임명 소식이, 가뭄에 단비가 온 듯 반가웠다”고 밝혔다. 배 주교는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내 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2년 4개월 이렇게나 오래 교구장좌가 빌 줄은 몰랐다”면서 “교구장좌가 비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도 무거웠는데 마산교구보다 훨씬 큰 수원교구에서 13년이나 일하신 ‘프로세셔널 주교님’이 오셔서 정말 기쁘다”고 환영 인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마산교구의 문화, 보편적 정서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문화 선생님으로 배 주교님을 모시고 싶다”며 “자주 만나 예전처럼 이야기 나누자”고 말했다.
배 주교가 교구장에 임명된 2016년은 교구 설립 50주년을 맞은 해였다. 2026년 설립 60주년을 앞둔 교구는 제6대 교구장을 맞았다. 제6대 교구장 이성효 주교의 착좌식은 2월 12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