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성당에 다녀오고 돌아오니 집이 모두 불타 있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인 12월 25일 방글라데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모여 사는 마을에 불이 나 마을이 전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 치안 당국은 종교·인종 혐오로 인한 방화로 보고 용의자 7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교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정쯤 방글라데시 반다르반 차토그램 지역 통지리(Tongjhiri) 마을에 큰불이 발생해 집과 건물 25채가 전소됐다. 이 마을은 가톨릭·개신교 신자 가정 19가구가 모여 사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마을이다. 화재가 발생하던 당시 마을 주민들은 성탄 대축일을 맞아 성당을 찾았던 덕에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을 잃은 주민들은 친척 집을 전전하는 난민으로 전락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다.
현지에서는 해당 화재 원인으로 종교·인종 혐오에 따른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치안당국이 체포한 피의자 7명 역시 모두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 미켈 차크마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에서는 정부의 묵인 아래 극단주의 시각을 지닌 무슬림에 의해 소수 종교 공동체가 공격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여러 증거를 비롯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에 발생한 화재라는 점 등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 대한 혐오 공격의 성격이 짙다”고 예상했다.
방글라데시 다카대교구장 니스포러스 드크루즈 대주교는 “이번 방화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은 물론 생활 기반마저 완전히 잃어버리게 됐다”며 “정부는 이런 비인간적인 사건이 계속되는 것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당하고 정확한 조사를 통해 이들의 피해를 보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구가 2억 명에 육박하는 방글라데시는 국민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대표적 이슬람 국가이다. 방글라데시 내 그리스도인 공동체 인구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해 0.3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