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가다
2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놓아둔 꽃과 음식, 술들이 늘어져 있다.
대한민국이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과 추모, 애도로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인 2일. 181명을 태웠던 제주항공 기체는 검게 그을린 꼬리만 말없이 누워있었다.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고마웠습니다.”
따뜻한 감사의 말들은 이곳에서 이별의 메시지로 바뀌었다. 여행을 오가는 이들의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공항은 수없이 많은 추모 메시지들로 채워졌다.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에게 못다 한 말을 써 붙이며 눈물을 쏟았다. 공항은 이별의 공간이 됐다.
공항 활주로에는 참사 당시 흔적이 아직 남아있었다. 여객기의 꼬리 날개는 활주로 끝에서 검게 그을었고, 일대는 여전히 탄내가 코를 찔렀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항공기 잔해는 참사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대변해주고 있었다.
사고 현장 앞 철조망에는 꽃과 술, 작은 음식들이 줄지어 놓였다. 수많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놓아둔 것이다. 이날 남편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유혜미(광주광역시 광산구, 29)씨는 “생각보다 더 참혹한 현장 모습을 보니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발걸음을 떼기조차 어렵다”며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분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에는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발길이 줄을 이었다.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만 이날까지 1만 명에 달하는 추모객들이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경진(광주시 서구, 44)씨는 “우리 이웃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든 위로를 전하고 싶어 찾게 됐다”고 했다.
종교계를 비롯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유가족과 현장 관계자들을 돕고자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유가족들이 공항에서 머무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하고, 충격에 빠진 이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물적·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는 참사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 추위 속에 연일 수색·수습 작업을 벌인 현장 요원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광주대교구의 각 본당은 희생자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연도를 바치며 그들이 영원한 안식에 들기를 기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