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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관저로 숨어버린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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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철조망이 세워졌습니다. 대형 버스들은 가로 세로로 세워져 관저 입구를 막았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막겠다고 경호처가 마련한 것들입니다. 경호처는 지난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인간 바리케이드를 세우며 대통령 체포를 막았습니다. 관저 주변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자들이 몰려 ‘탄핵 무효’를 외칩니다. 계엄은 통치행위로 정당했다며 대통령을 보호하고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뉴스를 통해 보이는 한남동 관저의 모습은 마치 신생 독립국입니다. 관저에 세워진 철조망과 차벽은 국경선으로 보이고 대통령 지킴이에 나서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은 ‘한남동 관저’라는 나라의 사병 같습니다. 거기에 지지자들이 이 신생국을 보호하겠다고 자처하고 있으니, 나라는 이렇게 세워지나 싶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유튜브 생중계로 잘 보고 있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자신의 의지를 내보입니다. 이탈리아 로마 안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이 있듯이, 여기 서울 한복판 한남동에 ‘대통령 관저’라는 작은 신생 국가가 생겨난 듯합니다.

여기에 국민의 힘 여당 의원들까지 관저 앞 시위대와 함께하며 사실상 ‘윤석열 지키기’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에 군대를 보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만들던 이를 지키겠다고 자진해서 관저 앞으로 갔다고 하니 기가 찰 뿐입니다. 헌법과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도 무시하고 관저에 틀어박혀 숨어 있는 피의자를 지키겠다는 의원들을 보며 국민들은 깊은 한숨만 내뱉습니다. 극우 세력의 전광훈 목사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할 뿐입니다.

이 모든 정치 혼란의 중심에는 윤 대통령이 있습니다. 지금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였고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영장도 무시하고 대통령 관저를 철옹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관저를 철조망과 차벽으로 둘러싸고 경호처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면서 자신은 관저 깊숙이 숨었습니다. 나라는 순식간에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되었고 경제는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데, 윤 대통령 본인은 무엇이 무서운지 꽁꽁 숨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이런 모든 혼란을 끝낼 사람은 윤 대통령뿐입니다. 철조망과 차벽에 숨지 말고 당당히 걸어 나와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아무리 숨어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 피의자라는 초라한 신세는 감춰질 수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명예를 지키고 나라를 위하는 방법은 체포에 응하고 수사를 받는 길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대통령 관저’라는 범죄 도피처에 숨어 있기를 바란다면, 이후 벌어질 모든 사건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지게 될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관저로 숨어버린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관저를 나와 당당히 수사받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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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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