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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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응원봉 들고수도원 문 연 사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시위 시민에 화장실 내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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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오상환 신부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을 한남동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화장실로 안내하고 있다. X(옛 트위터) @muriyanan 계정 제공


혼란한 시국, 시민 마음에 울림 전해

“신부님, 화장실 좀 쓸게요!”

최근 ‘응원봉’을 든 수도 사제가 집회 참가 시민들을 수도원 내 화장실로 안내하는 긴 행렬장면이 화제가 됐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이 추위 속 몸을 녹이도록 이끈 이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한남동 수도원 소속 사제였다.

이 장면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지난 4일 눈 속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가느라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화장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수도회 오상환 신부가 응원봉을 들고 나타나 수도원 문을 열어줬고, 이 모습이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경직된 시민들 마음에 작은 울림을 전한 것이다.
 
 

수도회는 집회가 이어진 3박 4일 동안 수도원 화장실을 비롯해 교육관 전체를 개방했다. 덕분에 시민들은 얼었던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한밤중 응원봉으로 불을 밝혀 길을 안내한 사제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천주교 신자인 게 요즘처럼 자랑스러울 수 없다” “응원봉 드신 신부님 귀여우셔요”, “역사의 한 장면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당시 모습에 감동한 시민들의 관심에 한남동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장 김욱 신부는 9일 “어리둥절하다”면서도 “다소 생소한 우리 수도회 이름이 이번을 계기로 똑바로 불리는 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시민들이 감동하는 것을 보며 반성도 하게 됐다”며 “화장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채 추위에 떠는 이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4일 밤 11시 30분쯤. 깊은 밤중에도 이어진 집회 중에 수도원 형제들은 대부분 잠자리에 든 상황이었다. 수도원은 대통령 관저 바로 인근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작은 언덕길만 내려가면 바로 집회 현장이다. 김 신부는 “이튿날 새벽 5시 30분경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오 신부님께서 보낸 ‘모든 책임을 지고 수도원을 개방하겠다’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고 했다. 모두 잠든 사이 추위에 떠는 시민들을 수도원으로 안내하기 위해 혼자서 ‘착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한 오 신부의 상황이 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오 신부는 소파에서 밤을 지새우며 시민들을 맞았다고 한다.

이웃이 처한 작은 어려움에 종교와 이념을 넘어선 선행에 수도회를 향한 감사 인사가 이어졌고, 이후로도 많은 시민이 집회 중 추위를 피해 계속 방문했다. 한 시민은 “특히 젊은이들까지 밤새 시위하는 게 가슴 아팠는데, 수도회가 베푼 손길을 보고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며 “신부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식이 알려진 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수도원으로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김 신부는 “수도원은 언제나 시민들을 향해 열려있다”면서 “가장 작은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닮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영성을 계속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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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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