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 때 극적으로 생존한 가톨릭 신자 시게미 후카호리씨가 3일 93세의 나이로 하느님 품에 안겼다. 그는 하느님 자녀로서 이후 평생을 원자폭탄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평화를 호소해왔다.
나가사키대교구 우라카미본당에 따르면, 후카호리씨는 나가사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우라카미대성당은 1945년 8월 9일 후쿠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의해 파괴돼 1959년에 재건됐다.
AP 통신은 “후카호리씨가 평생 대부분을 성당에서 매일 기도하며 보냈다”고 전했다.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불과 14살이었다. 그는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겨우 몇 마일 떨어진 조선소에서 일했고, 수년 동안 원자폭탄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1937년 독일 나치군에 의한 게르니카 폭격 사건 피해자를 우연히 만나며 마음을 열었다.
그는 2019년 일본 언론 NHK과의 인터뷰에서 “폭탄이 떨어진 날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렸다”며 “그에게 걸어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사람의 피부가 녹았고, 아직도 그 느낌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원자폭탄 피해를 증언한 후카호리씨는 그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사목 방문했을 때 교황을 만나 화환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20년 일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가사키를 원자폭탄이 투하된 마지막 장소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NHK에는 “폭탄의 영향이 그 순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진다”며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지만, 이기심은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장례 미사는 6일 우라카미대성당에서 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