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효 주교와 사제 9인, 인공지능에 대한 신학적 탐구 담은 「인공지능과 만남 : 윤리적 인간학적 탐구」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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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장에 임명된 이성효 주교 외 신부 9명(곽진상·박현민·이철구·김영삼·김동우·한정욱·전홍·김병석·이관희)이 1일 번역서 「인공지능과 만남 : 윤리적 인간학적 탐구」를 출간했다. 원저자는 매튜 J. 고데(Matthew J. Gaudet), 노린 헤르츠펠드(Noreen Herzfeld) 등 북미 신학자·철학자·윤리학자들로, 모두 교황청 AI연구그룹 소속이다. 연구그룹은 교황청이 디지털 혁명 기술의 발전 중심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4년 전 만든 모임이다.
현대 삶에서 AI의 가능성과 위험성
AI는 이미 △가정 △교육 △보건의료 △법과 정치 △군사 △노동과 경제 △소통과 문화 △자연 환경 분야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책은 AI가 그리스도 가정의 사명에 협력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다. 현재 AI는 다양한 연애 알선 앱을 통해 인간관계 형성을 중재하는 등 만남까지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을 더욱 서로 멀어지게 하고 가정의 선교적 소명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 미래를 위협하며, 가정의 형성까지 방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AI는 더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자녀를 유전적 소인으로 평가하고 생명이 예측되고 승인되거나 거부될 수 있는 것처럼 간주할 위험이 있다. AI를 활용한 돌봄은 노인이 요양원 등 시설이 아닌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족이 돌봄에서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이성효 주교는 “현재 AI를 통제하는 데 주도권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위험성이 있고 이는 공익과 연대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며 AI 기술의 남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밝힌 ‘기술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은 항상 의도와 목적 지향적 구조를 내포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가톨릭 사회교리에 바탕을 둔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의 원리를 토대로 한 AI 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가톨릭교회의 구원론은 육신과 영혼의 돌봄 모두를 포괄한다”며 “사목자는 디지털 기술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교리교육, 윤리적 가르침과 신앙 실천에 대한 교육을 통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책은 연구그룹이 펼친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다룬다. 교육 분야에서 AI 기술의 활용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대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대인관계와 덕목을 기를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도 AI는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주고 미래 질병 발생 위험과 사망 위험을 예측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가 발전도와 개인 소득에 따라 의료 격차를 심화시키고, 건강하지 않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버리는 우생학적 사고방식을 강화시킬 소지가 있는 등 의료 윤리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AI의 정보 처리 능력은 전쟁의 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인간의 생사 결정을 AI에게 위임할 우려가 있다.
AI 미래를 위한 권고
AI가 주는 위험은 압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도전은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에 가져다줄 많은 잠재적 혜택과 맞물려 있다. 이에 ‘AI 시대를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설계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도입할 때 특별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최우선 관심사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효율성이 언제나 선’이라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을 폐기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기업·정부·세계 기구(UN 등)는 AI가 비윤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예견하고 통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곽진상(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 신부는 “인간이 기술에 지배되지 않고 선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AI의 선용(善用)을 강조했다. 곽 신부는 “AI의 윤리에 대해 이렇게 우리가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적이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회가 신학자·철학자·과학자·기업인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기를 초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